웡카-동화적 세계관에 녹아 있는 사회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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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웡카>는 공식적으로 로알드 달의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세 번째 영화화한 것이지만, 주인공 윌리 웡카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완전히 새롭게 창작된 이야기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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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동년배가 기억하겠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과거 평범한 대중에게는 사실상 텔레비전이 유일한 영상매체였던 때가 있었다. 그 시절 텔레비전은 사회, 문화, 학문, 예술을 아우르는 가장 저렴하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정보통이었다. 말 그대로 ‘대중문화’의 향방과 성쇠를 좌우하는 절대적 도구였다.

당시 극장 관람 문화는 지금처럼 그리 일상적인 것은 아니었기에 주말 저녁이나 공휴일이면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되던 영화들이 귀했다. 지금도 <주말의 명화>나 <토요명화>, <명화극장>이란 타이틀을 마주하거나, 시그널로 사용됐던 음악이라도 우연히 듣게 되면 가슴 한켠이 아련해진다.

이즈음 보았던 수많은 영화 중 강렬한 인상을 남긴 한 편이 <초콜렛 천국>(Willy Wonka & The Chocolate Factory·1971)이다. 몇 번은 재탕해 방영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족용’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 그때는 더더욱 흔치 않기도 했고(아마 흑백텔레비전으로 보았을 테니) 화려한 색감까지 느끼지는 못했을지언정, 비범한 상상력으로 시각화한 흥미로운 세트와 재미있는 장치들만으로도 눈길이 가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어린 필자에게는 그리 재미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소극적이나마 뮤지컬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부터 낯설었고, 무엇보다 뭐라고 딱히 표현할 수 없는 불편함, 알 수 없는 기괴함으로 인해 거리를 느꼈기 때문이다.

원작소설에서 파생된 새로운 이야기

2005년 팀 버튼 감독이 조니 뎁을 주연으로 리메이크해 국내에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란 제목으로 개봉한 작품 덕에 앞선 영화를 다시 볼 핑계가 생겼다. 그리고 왜 어릴 적에 이 영화를 흔쾌히 즐기지 못했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생경함은 애초 원전인 로알드 달의 소설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삐딱한 상상력과 흥미로운 전개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는 ‘아동 문학계의 셰익스피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많은 대표작 중 <초콜렛 천국> 외에도 <마틸다>,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 같은 작품은 영화화돼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 속에는 (사실 대부분의 동화가 그렇지만) 현실의 고단함과 경쟁사회의 잔인한 이면이 우회적으로 희화화된다.

영화 <웡카>는 공식적으로 원작 소설을 세 번째 영화화한 것이지만, 원작에 근거해 주인공인 윌리 웡카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완전히 새롭게 창작된 이야기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초콜릿을 만들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겠다는 꿈을 안고 순진한 마술사 겸 초콜릿 제조사인 웡카(티모시 샬라메 분)는 도시로 향한다.

하지만 첫날부터 많지 않았던 돈을 모두 탕진하고 여관을 운영하는 사기꾼 스크러빗 부인(올리비아 콜맨 분)의 계략에 빠져 엄청난 빚까지 지게 되는 바람에 지하 세탁소에 갇혀 중노동에 시달릴 처지에 놓인다.

화려하고 따뜻한 무공해 가족영화

<웡카>의 제작이 발표되며 가장 희망적인 소식은 폴 킹이 연출을 맡는다는 부분이었다. 말하는 영리한 곰의 런던 적응기를 다룬 전작 <패딩턴>(2014) 시리즈만으로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에 충분했다.

이번 작품 <웡카> 역시 영국 아동문학 작품을 기반으로 환상적인 세계관 안에 펼쳐지는 이야기로 유사한 작품이다. 감독의 재능이 충분히 발휘되고 있고,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지점이 눈에 띈다.

과거 <초콜렛 공장>에서 보여줬던 화려한 볼거리와 장치들이 첨단기술로 보강해 더욱 화려하게 재현됐고, 넌지시 녹여내는 사회풍자도 꽤 직접적이지만 적절한 선을 지키고 있어 거북할 정도는 아니다.

원작 영화도 본격 뮤지컬은 아니었던 터라 이번 작품 역시 노래 대사의 비중이 큰 편은 아니다. 쏙쏙 귀에 감기는 레퍼토리는 없지만, 극의 정서와 인물들의 감정을 전달하는 데는 충분히 활용되고 있다.

이렇다 할 기대작이 없는 요즘 극장가에 모처럼 마음 놓고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추천하고 싶다.

제목: 웡카(Wonka)

제작연도: 2023

제작국: 미국, 영국

상영시간: 116분

장르: 판타지, 뮤지컬

감독: 폴 킹

출연: 티모시 샬라메, 칼라 레인, 올리비아 콜맨, 휴 그랜트

개봉: 2024년 1월 31일

등급: 전체 관람가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재평가될지언정 손상되거나 왜곡돼선 안 되는 가치

www.yellowbarre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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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로알드 달은 1916년 웨일스 카디프에서 태어났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읜 탓에 편모슬하에서 자랐지만, 아버지가 남겨준 많은 일기장은 그의 상상력을 키우는 밑거름이 됐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조종사로 근무한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소설가 C. S. 포레스터와 만났다. 그 만남은 작가의 길에 들어서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1990년 골수이형성증후군이란 희소 혈액질환으로 사망했는데, 2023년 새삼스럽게 그의 이름이 화제에 오르내렸다. 출판사가 현대적 관점에 근거해 작품 일부를 검열하고 수정한 것이 화근이었다. 생전 로알드 달은 편집 과정에서 원고의 작은 부분도 수정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수년 전부터 세계를 들썩이게 한 소위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의 연장선에서 비롯된 화두다.

시대와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이미 완성돼 평가된 창작물을 수정한다는 건 옳은 일일까?

지난해 4월 스티븐 스필버그는 한 행사에서 대표작인 <이티>(E.T.·1982·사진)의 20주년 재개봉 당시 스스로가 새롭게 수정한 장면을 후회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절정 부분에 아이들을 뒤쫓는 형사의 손에 들린 총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해 지우고 그 자리에 무전기를 대체해 넣었다(사진).

“원래 작품을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영화는 만들 당시 살았던 시대, 세상이 어땠는지, 그리고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와도 같다.” 스필버그의 말이다.

하나의 작품은 가치를 떠나 그 존재만으로도 시대를 반영한다. 옳고 그름의 기준은 당대의 요구에 따라 변할 수 있지만, 과거는 재평가될지언정 손상되거나 왜곡돼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이다. 비단 영화에 국한된 교훈만은 아닐 것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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