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소맥 1만5000원 시대를 맞이했다. 그래서인지 1인당 음주량은 매년 조금씩 감소하고 있으나 주류시장의 전체 매출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상반되는 이런 결과는 다양한 주종과 알코올 도수를 차츰 내려 음주 인구를 유지해온 주류업계의 함수도 작용한 듯하다. 연말연시를 맞아 과음 후 숙취 예방에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팁을 알아보도록 하자.
최대한 안 마시기 vs 숙취 보조제
알코올이 분해되면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대사물이 만들어진다. 체질에 따라 아세트알데하이드의 분해능력이 다른데, 특히 아시아사람과 여성은 유전적으로 알코올을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그래서 옛적부터 대한민국 음식문화에 해장 문화가 발달했는지도 모른다). 숙취는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체내에 남아 발생하는 현상으로 두통, 울렁거림 같은 몸을 괴롭게 하는 증상을 의미한다. 숙취의 괴로움을 예방하거나 빨리 해결하고자 숙취 보조제를 찾는 때도 있는데, 1년에 자그마치 3000억원 규모의 숙취 해소 관련 제품이 판매 중이다. 나이가 어릴수록 숙취해소음료를 더 마신다는 통계도 있다. MZ세대를 대상으로 도수를 낮춘 소주, 다양한 종류의 위스키와 와인 등 트렌디한 주류 소비 경향 등의 영향으로 20~30대의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그래도 평균 이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 아닌가 싶다. 아무튼 대한민국에는 숙취에 좋은 재료로 만든 수많은 해장음식, 알코올 분해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숙취 음료가 매일매일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알코올의 분해에 도움이 되는 당, 단백질, 수분 베이스로 한 콩나물해장국, 선지해장국 같은 해장음식은 실제 숙취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알코올 분해에 도움이 되는 성분들을 기본으로 하는 숙취해소음료를 시작으로 젤리, 환 형태의 다양한 제품이 시중에 나와 있다. 한 조사에서 젊은 세대는 액상형보다 젤리, 환처럼 휴대가 간편한 형태의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숙취 보조제들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될 뿐 특정 제품이라고 뚜렷한 효과가 있지는 않다. 연구의 제한점이 있겠으나 한 연구에서는 숙취해소음료와 물을 비교했는데 통계적 유의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향후 숙취 해소 관련 제품들이 ‘숙취’라는 단어를 사용하려면 2024년까지 임상 근거를 마련해야 할 수도 있어 관련 시장의 변화가 예상된다. 아무튼 가장 현실적인 숙취 해소법은 숙취에 도움이 되는 음식과 숙취 보조제를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술을 적게 마시는 게 ‘국룰’일 듯하다.
알코올 흡수는 늦게, 배출은 빨리
알코올은 한 시간에 평균 6~7g 정도 분해된다. 1시간 안에 그 이상을 마시게 되면 과부하가 걸려 숙취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알코올의 흡수를 늦추고 분해속도는 최대한 빨리 유지하는 비법이 필요하다. 알코올은 위에서 20%, 소장에서 80%가 흡수된다. 음주 시 육류, 생선 같은 단백질 성분의 음식과 함께 마시면 위나 소장이 단백질을 흡수하면서 알코올의 흡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음주 시 찾는 안주들은 대부분 알코올의 흡수를 늦추지만, 너무 자극적인 음식은 탈이 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음주 시에는 알코올로 인해 느낌이 덜 할 수 있어 과식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위벽 코팅도 알코올 흡수를 늦출 수 있다. 우유, 올리브유 등 위벽에 코팅이 되는 음식이 음주 시 추천되는 배경이다. 물론 술이 천천히 흡수돼 잘 안 취한다고 해서 평소 주량 이상의 음주를 하는 건 금물이다. 또 음주 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이는 위장의 알코올 농도를 낮춰 알코올이 더욱 천천히 흡수되고, 알코올의 이뇨작용으로 인한 탈수를 예방할 수 있다. 한때 이온 음료가 알코올의 흡수를 높인다고 알려진 시절도 있었으나, 어떠한 종류의 수분이든 조건은 동일하다. 또한 체 내 알코올 중 10%는 호흡으로 배출된다. 술을 마실 때 말을 많이 하고 노래를 부르면 알코올 배출에 도움이 되는 건 그 때문이다. 하나 숙취에 도움이 된다고 ‘라떼는 말이야’ 같은 대화만 하거나 혼자만 마이크를 독차지하고 노래를 부르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과음 후 숙면을 하고 싶다면
잠이 드는 데 술이 도움이 된다는 사람이 있다. 알코올은 그러나 잠들게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숙면을 돕지는 않는다. 술을 마시면 기도가 좁아져 코를 골기도 하고, 수면 무호흡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이뇨작용 및 탈수로 잠이 깨고 취기로 인한 체온 상승이 뇌를 자극하기도 한다. 따라서 음주 후 수면 시 오히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날 수 있으며, 수면 중에는 신진대사도 늦어져 일어났을 때 숙취를 더 느끼기 쉽다. 알코올을 분해하려면 절대적인 수면 특히 숙면 시간이 필요하다. 숙면을 위해선 자기 전에 어느 정도 술이 깨야 한다. 잠들기 전까지 알코올 분해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 및 수분을 적당히 섭취하는 게 좋다. 그러면 흥분됐던 신체기능이 어느새 가라앉으면서 잠에 쉽게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적절한 체온 유지도 중요하다. 음주 후 수면 시 초반에는 혈관 확장으로 더위를 느낄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내의를 입고 자거나 방 온도를 적절히 유지하기를 권장한다.
‘혼술’ 인구가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혼술은 아무래도 술안주가 부실하게 마련이다. 한두 잔 마시다 보면 폭음으로 이어져 숙취로 더 오래 고생할 수도 있다. 간단히 한잔하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정도의 적당한 음주가 바람직하다. 습관적인 음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용주 경기 행신동 세란가정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