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198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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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다시 쓰는 1980년대

민중의 시대

김재용 외 지음·박선영 엮음·박종우 옮김·빨간소금·2만3000원

황정민·정우성 주연의 영화 <서울의 봄>이 입소문을 타고 흥행을 기록 중이다. 40년도 더 넘은 얘기다. 전두환을 비롯해 군사쿠데타의 주역 중 생존해 있는 이도 드물다. 그럼에도, 다시 1980년대다.

그만큼 1980년대는 여전히 ‘평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1980년대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1980년대를 기억하는 방식은 개인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광주민주화운동과 6월항쟁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이 같은 정치적 주제의 몰입성 때문에 이 시대의 연구는 주로 ‘격변과 해방의 서사’에 집중했고, 당대의 복잡하고 모순된 모습을 살피는 데 미흡했다는 게 책의 출발점이다.

민주화의 ‘주체’로서 민중 지식인들이 조명을 받았고 노동자, 여성, 일반 시민, 비주류 예술가 등 동시대를 살아가고 빚은 집단에 대한 조명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책에서는 조명받지 못한 민중의 눈으로 1980년대 문화를 새롭게 보려는 적극적 시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자들은 1980년대를 ‘민중의 시대’로 정의한다. 글쓰기 역시 민중에서 시작된 ‘아래로부터의 글쓰기’를 지향한다. 책 중 천정환의 6장은 1970~1990년대에 노동자들이 쓴 문학에 관한 획기적인 연구를 담고 있다. 이솔의 5장은 1986~1989년에 일본·미국·북한에서 열린 민중 미술 전시회를 논평하는 보기 드문 글이다.

책에서는 그동안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들도 여러 이미지와 함께 소개된다. 임수경이 평양에 가는 데까지는 한국기독학생총연맹이 큰 역할을 했다는 뒷이야기, 1980년대에 도쿄에서 한국 최초의 민중미술 전시가 열린 사실, 1980년대 베스트셀러가 탄생한 배경에는 ‘노동자문학회’라는 독자층이 있었다는 사실 등이다.

[신간]다시 쓰는 1980년대

인권의학 강의

이화영 외 지음·인권의학연구소 엮음·건강미디어협동조합·2만원

의료 현장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고자 기획된 책이다. 다양한 의료 현장에서 만나는 환자, 또는 취약계층이 경험한 차별이나 인권침해를 예방하려는 목적이다. 인권의식에 기초한 보건의료 정책 수립을 촉구한다.

[신간]다시 쓰는 1980년대

황금종이 1·2

조정래 지음·해냄·1만8500원(각 권)

작가가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장편소설이다. 엘리트 검사였지만 비리를 좇다 낙마한 뒤 인권변호사가 된 주인공(이태하)을 중심으로 ‘돈’과 얽힌 여러 사건과 소송을 통해 황금만능주의로 비인간화돼 가는 세상을 비판한다.

[신간]다시 쓰는 1980년대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김승섭 지음·동아시아·2만2000원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노동자 등 소수자의 건강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대해 질문해온 김승섭 교수가 그간의 연구를 소개하는 공부의 기록이자, 그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고백하는 분투의 기록이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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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역경루
오늘을 생각한다
용산의 역경루
공손찬은 중국 후한 말 북방민족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화북의 군벌이다. 오늘날 베이징 근처 유주를 근거지로 세력을 키웠던 공손찬은 백마의종이라는 막강한 기병대를 중심으로 황건적과 만리장성 넘어 이민족들을 토벌하며 군세를 넓혀갔다. 탁월한 군사적 재능을 갖췄으나 성품이 포악했던 공손찬은 폭정을 일삼으며 민심을 크게 잃는다. 왕찬이 기록한 <한말영웅기(漢末英雄記)>에 의하면 공손찬은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는 이유로 부하를 죽이는가 하면 유능한 관료들을 쫓아내고 점쟁이를 측근에 등용하는 등 막장 행각을 벌였다. 하루는 백성들 사이에서 덕망 높았던 관리 유우를 저자에 세워놓고 ‘네가 천자가 될 인물이라면 비가 내릴 것이다’라고 말한 뒤 비가 내리지 않자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분개한 수만의 유주 백성들은 유우의 아들과 합세해 공손찬을 공격했고, 라이벌 원소와 이민족들까지 연합해 공격하니 공손찬은 고립무원에 처한다. 사방이 포위된 공손찬은 기주 역현에 거대한 요새를 짓고 농성에 들어가니 이 요새가 역경성이다. 자신의 남은 전력을 요새 건설에 쏟아부은 공손찬은 “300만석의 양곡을 다 먹고 나면 천하정세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향락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