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경기도 사회조사’는 항목이 일부 바뀌어 연속적인 비교가 어렵지만, 경기도민의 삶의 모습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삶의 만족도 항목은 ‘전혀 만족하지 않는다’(0점), ‘보통이다’(5점), ‘만족한다’(10점) 등 1점 단위로 구성돼 있는데 2022년 평균은 6.3점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민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 대체로 보통 수준에서 만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21년 조사에서는 살고 있는 지역(시·군)에 대한 불만족 이유도 포함하고 있는데, 조사결과는 시·군별 차이를 확연하게 보여준다. 불만족 이유로는 ‘교육환경 열악’, ‘교통 불편’, ‘주거시설 열악’, ‘편의시설 부족’, ‘주차시설 부족’, ‘치안 불안’, 기타 등 7개가 제시됐다. 이들 이유 중에서 경기도민의 최대 불만족 이유는 교통 불편이었다. 응답자의 28%가 교통 불편을 첫째 요인으로 제시했고, 25%가 편의시설이었다. 그런데 교통 불편에서는 시·군 사이에 아주 큰 차이를 보인다. 군포시민은 8.9%가 (그리고 안양시민 10.9%, 부천시민 12.2%가) 교통 불편을 불만족 요인으로 지적한 반면 김포시민은 49.5%가 (그리고 광주시민 46.4%, 하남시민 46.3%가) 교통 불편을 불만족의 최대 요인으로 지적했다. 김포, 광주, 하남 시민들에게는 교통 불편을 해소하는 게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설문결과는 보여준다.
지역 간 불평등과 국가경제
김포시의 서울 편입 논란으로 소란스럽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끌어오기 위한 여당의 책략에, 야당 역시 표심을 잃을까봐 정면 대응을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포시가 서울에 편입되면 삶의 질은 얼마나 올라갈까. 교통 불편이 해소될까. 교통 불편만 놓고 보면, 김포시 못지않게 불편한 광주시와 하남시도 서울에 편입해야 하지 않을까.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행정구역 재편과 교통 불편 해소는 서로 관계가 매우 약해 보인다. 그러나 정치권의 소란과는 별개로 이 논란은 ‘국가의 경제 지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좁게는 서울과 인접한 주변 도시의 문제지만, 크게는 서울 또는 수도권이라는 중심부와 지역이라는 주변부 사이의 관계 문제이기도 하다. 국가 전체를 놓고 볼 때 바람직한 중심-주변의 관계는 어떤 모습일까.
한국에서 수도권(서울·인천·경기)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지속적으로 확대돼왔다. 전국에서 차지하는 지역총생산의 비중을 보면 수도권은 1985년 45.3%에서 2021년 53.1%로 확대됐다. 같은 시기에 수도권의 인구 비중은 39.1%에서 50.3%로 증가했다. 수도권으로의 경제력과 인구 집중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집중을 막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의 ‘균형발전’에서부터 현 정부의 ‘지방시대’까지 표어는 달라졌지만, 근본적인 화두는 동일하다. 어떻게 하면 지역경제 활력을 되살리고 인구를 늘리고 삶의 여건을 개선해 수도권만이 아니라 전국이 고르게 잘 살도록 할 것인가이다.
중심부와 주변부 또는 지역 간 격차 확대 문제는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21세기에 들어 지역 간 불평등이 대체로 심화하고 있고, 이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거의 모든 국가의 정부가 고심 중이다. 최근에 발표된 영국 국립경제사회연구원(NIESR)의 논문(영국의 지역 간 불평등: 역사적·국제적 비교, 2020)은 이 문제에 대한 좋은 참고가 된다. 이 논문은 영국의 지역 간 불평등과 경제발전 문제를 장기적 관점에서 국제비교한다. 국제비교의 대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인데 여기엔 한국도 포함돼 있어 이 사안에 있어서 한국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경제학계에서는 경제발전 단계의 초기에는 소득 불평등이 높아지고 중진국을 넘어 선진국에 진입하면 불평등은 낮아진다는 이른바 쿠즈네츠 가설을 지지해왔다. NIESR 논문은 2001년부터 2016년 기간 동안 OECD 국가들에서의 지역 간 불평등과 경제성장 사이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논문의 결론은 ‘지역 간 불평등과 국가 전체의 경제성장 사이에는 비례관계가 없다’이다. 나아가 국가에 따라서는 (특히 영국의 경우에는 확실하게) 지역 간 불평등이 국가 전체의 경제성장을 저해했다고 결론지었다. 이 논문에서 한국은 (지표에 따라서 순위가 다르게 나오지만) 지역 간 소득 불평등이 높은 그룹에 속한다. 도시인구의 소득 비교에서 하위 10% 대비 상위 10% 비율로 계산하면 한국은 19개 조사대상국 중에서 7번째에 해당한다. 한편 도시 간 소득 불평등도를 지니계수로 계산하면 22개 나라 중에서 2번째로 높게 나타난다. 도시소득 지니계수에서 한국보다 더 불평등한 나라는 헝가리뿐이고, 경제정책에서 자유주의적 경향이 매우 강한 미국과 영국보다 높다. 논문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한국도 지역 간 불평등이 국가 전체의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유추가 가능하다.
서울시 편입보다 중요한 것
왜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에서는 지역 간 불평등이 경제성장을 저해할까. 경제 발전은 도시화를 수반하는데, 이 현상의 근저에는 도시가 제공하는 집적의 이익이 자리한다. 경제구조가 농업경제에서 산업경제로, 그리고 지식기반 경제로 이행할수록 집적의 경향은 더 커진다. 지식 기반 경제활동일수록 모여 있을 때 효과가 큰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도시 집적은 그러나 편익과 함께 비용도 초래한다. 교통 혼잡이 가장 큰 비용이며, 쓰레기 처리를 포함한 환경오염 심화도 비용에 포함된다. 사람이 모이면 지가와 주택 가격도 상승하는데, 기존의 땅 주인이나 집주인에게는 좋겠지만 신입 시민들에게는 매우 큰 진입 장벽이 된다. 도시가 제공하는 편익보다 비용이 더 커지면, 지역 간 불평등이 국가 전체의 발전을 저해하게 되는 단계에 이른다. 한국도 도시 집적의 편익보다 혼잡 비용이 더 커진 게 아닐까.
김포시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논쟁은 서울시 편입 여부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김포시가 어떤 형태의 경제활동을 하는 도시일 것인가이다. 고소득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여건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다. 서울시에 편입되더라도 중심부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여전히 베드타운으로만 기능한다면, 교통 혼잡은 여전할 것이고 중심부와의 격차는 여전할 것이다. 이들 질문은 김포시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경제 이후를 맞이하는 모든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다.
<서중해 경제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