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가수 최성원의 ‘제주도의 푸른밤’을 들으면 가사처럼 모든 것을 훌훌 버리고 훌쩍 제주로 향하고 싶어진다. 지난 11월 1일 비행기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회원 2명은 모든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어떤 것을 버려야만 제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국내 항공사의 여객기에 탑승하기 위해서는 평소 타던 전동 휠체어에서 내려와 기내용 수동 휠체어로 갈아타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예약 홈페이지에 안내된 ‘휠체어 서비스’ 내용을 살펴봤다. 거동이 불편한 승객이 소유한 휠체어의 운반에는 제약이 있었다. 폭 122㎝, 높이 84㎝를 초과하면 탑재하기 어려울 수 있고, 전동 휠체어는 배터리 분리 등 항공사의 조치가 필요하므로 예약 시 미리 알려 달라는 내용이다. 전장연은 이 같은 안내가 “마치 범죄자라도 된 것처럼 자신의 전동 휠체어에 대해 상세히 보고해야 탑승”할 수 있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이날 제주로 가기 위해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 도착한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장애인 비행기 이동권 보장을 위해 대한항공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서안을 전달했다. 수신자는 대한항공의 ‘협력업체’ 직원이었다.
<사진·글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