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야만’ 떠날 수 있는 장애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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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버려야만’ 떠날 수 있는 장애인들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가수 최성원의 ‘제주도의 푸른밤’을 들으면 가사처럼 모든 것을 훌훌 버리고 훌쩍 제주로 향하고 싶어진다. 지난 11월 1일 비행기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회원 2명은 모든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어떤 것을 버려야만 제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국내 항공사의 여객기에 탑승하기 위해서는 평소 타던 전동 휠체어에서 내려와 기내용 수동 휠체어로 갈아타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예약 홈페이지에 안내된 ‘휠체어 서비스’ 내용을 살펴봤다. 거동이 불편한 승객이 소유한 휠체어의 운반에는 제약이 있었다. 폭 122㎝, 높이 84㎝를 초과하면 탑재하기 어려울 수 있고, 전동 휠체어는 배터리 분리 등 항공사의 조치가 필요하므로 예약 시 미리 알려 달라는 내용이다. 전장연은 이 같은 안내가 “마치 범죄자라도 된 것처럼 자신의 전동 휠체어에 대해 상세히 보고해야 탑승”할 수 있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이날 제주로 가기 위해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 도착한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장애인 비행기 이동권 보장을 위해 대한항공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서안을 전달했다. 수신자는 대한항공의 ‘협력업체’ 직원이었다.

<사진·글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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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역경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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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역경루
공손찬은 중국 후한 말 북방민족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화북의 군벌이다. 오늘날 베이징 근처 유주를 근거지로 세력을 키웠던 공손찬은 백마의종이라는 막강한 기병대를 중심으로 황건적과 만리장성 넘어 이민족들을 토벌하며 군세를 넓혀갔다. 탁월한 군사적 재능을 갖췄으나 성품이 포악했던 공손찬은 폭정을 일삼으며 민심을 크게 잃는다. 왕찬이 기록한 <한말영웅기(漢末英雄記)>에 의하면 공손찬은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는 이유로 부하를 죽이는가 하면 유능한 관료들을 쫓아내고 점쟁이를 측근에 등용하는 등 막장 행각을 벌였다. 하루는 백성들 사이에서 덕망 높았던 관리 유우를 저자에 세워놓고 ‘네가 천자가 될 인물이라면 비가 내릴 것이다’라고 말한 뒤 비가 내리지 않자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분개한 수만의 유주 백성들은 유우의 아들과 합세해 공손찬을 공격했고, 라이벌 원소와 이민족들까지 연합해 공격하니 공손찬은 고립무원에 처한다. 사방이 포위된 공손찬은 기주 역현에 거대한 요새를 짓고 농성에 들어가니 이 요새가 역경성이다. 자신의 남은 전력을 요새 건설에 쏟아부은 공손찬은 “300만석의 양곡을 다 먹고 나면 천하정세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향락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