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외국인 노동자, 의료 전문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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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에서 간병인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노령화로 인해 돌봄 수요가 계속 늘고 있지만, 일이 고단해 기존 간병인들도 일을 그만두기 일쑤다. 의료계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가장 많이 들어와 있는 분야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병실에서 간병인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노령화로 인해 돌봄 수요가 계속 늘고 있지만, 일이 고단해 기존 간병인들도 일을 그만두기 일쑤다. 의료계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가장 많이 들어와 있는 분야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요즘 최대 이슈는 인구 문제가 아닐까. 2022년 합계출산율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최하위다. 특히 1.0명 이하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점차 아이를 낳지 않아 실질적으로 노동인구가 확연히 줄었다. 일선 현장의 구인난도 심각하다. 앞으로 나이 든 사람들을 부양하기 위한 청소년과 청년층의 부담은 가중될 게 자명하다. 연금 문제, 노동 인구 문제, 급속도의 고령화 등 모든 것이 연결돼 있으므로 대책이 시급하다.

인구 감소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기술 발전으로 인간은 노동할 필요가 줄어들고, 재화는 적절한 재분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그런데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지 못하는 분야가 분명 존재한다. 또 대체할 수 있다 하더라도 급격한 변화에 대응해 연착륙을 위한 완충적인 시기를 준비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구절벽과 외국인 노동자 유입

현재 단순노동, 즉 3D 분야에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유입되는 현상은 피부로 느낄 만큼 보편화됐다. 최근 몇 년간 식당에 가보거나 지역에 들러보면 몽골,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에서 온 수많은 외국인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여러모로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인 곳이다. 그들의 고국에 비해 고임금을 받을 수 있으며, 몇 년 동안 열심히 일하면 많은 걸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살기 좋은 환경도 우리나라를 더욱더 인기 있게 만든 배경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약 225만명. 그중 고용 허가를 통해 유입된 외국인 노동자들이 건설현장에만 10만명 이상, 농업 분야에는 4만여명이 있다. 대부분 비숙련 단기 비자를 받은 사람들이다. 물론 내국인 고용 비율 등 내국인 역차별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기피 분야에서는 내국인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비율만큼 고용하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그만큼 여기저기서 일손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외국인을 받을 수도 없다. 고용 허가를 통해 들어온 인원들은 당연히 한 사업장에서 일정기간을 채워야 하는 규정이 있지만, 소위 야반도주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견디기 힘든 업무환경 탓이 크다. 불법 이탈자가 생기고 만다. 더불어 사각지대의 범죄율이 올라가는 상황도 연쇄적으로 벌어진다. 결국 외국인 관리도 중요 문제로 두드러지고, 국민 정서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외국인 관련 사항과 규제 등을 조금만 들여다보니 정말 복잡하기 그지없다. 법무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이 다문화 가정, 외국인 취업 정책 등을 담당한다. 비자 발급과 출입국 사무소 관련 사항은 법무부 소관이다. 법무부가 추진 중인 출입국·이민관리청(속칭 이민청) 설치에 대한 제안은 어느 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8월 서울 용산구 용산역광장에서 전국이주노동자대회가 열렸다. / 권도현 기자

지난 8월 서울 용산구 용산역광장에서 전국이주노동자대회가 열렸다. / 권도현 기자

의료계는 상대적으로 아직 느긋한 상황이다. 수많은 직군이 면허 관련 직종이고, 국가에서 직접 관리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은 인기가 높고, 각자의 영역과 관련해 단체 간 갈등의 소지도 있을 정도로 좋은 대우를 받는 직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응급구조사, 물리치료사 등 병원 내 모든 구성원이 취직을 보장받는 좋은 직종으로 분류된다.

사무 행정직, 청소, 식당, 간병인 등 면허가 필요 없는 분야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이중에서도 가장 많은 인원이 필요한 쪽은 간병인이다. 앞으로 노인인구가 많아지면서 24시간 돌봄이 가능한 인력은 부족해질 게 뻔하다. 지금도 70%가량은 중국인과 러시아인이라 보면 된다. 그만큼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들어와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최소 2만~5만명은 더 필요해 보인다. 일 자체가 굉장히 고단하고 힘든 직종이어서 기존에 있던 간병인도 빠져나가는 사례가 계속 발생한다. 제도의 미비함을 개선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하는 까닭이다. 간병은 힘들지만 나름의 비법과 충분한 교육이 없다면 양질의 서비스가 불가능한 분야이기도 해서 국가의 개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당장은 급하지 않겠지만 간호 인력 부족 현상도 추후 심각해질 수 있다. 지금도 간호사 구하기가 쉽지 않다. 간호조무사 또한 마찬가지다. 분명 발급된 면허 수는 상당한데, 구인이 어려운 것은 왜일까, 생각해봄 직하다. 적정기간 숙련 과정을 거쳐 이제 같이 지낼 만하다는 생각이 들 때쯤이면 이직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도 신경 써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법적으로 의사는 일정 수 이상의 간호사 인력을 고용해야 한다. 심지어 작은 소형 의원조차 많은 간호조무사 인력을 필요로 한다. 그만큼 의료는 많은 고용 창출 효과를 낼 수 있으며, 그에 따른 합당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분야다. 지금도 구인이 만만치 않은데, 앞으로는 더해질 것이다. 빠르면 5~10년에 쓰나미 같은 상황이 몰려올 수 있다. 추이를 살펴 대책을 세워야 한다. 시기적으로 이르게 보일지 몰라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의료 분야 전문직 인력은 어떨까

의료 면허는 굉장히 예민한 문제다. 각 직군 단체의 입김이 워낙 강해 정치권의 조율이 쉽지 않다. 한 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동남아 국가와 국내 의료 면허를 서로 인정해주는 제도를 발효해보면 어떨까. 이렇게 되면 인력 수급이 편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해당 분야 전문 지식 못지않게 한국어 실력이 따라야 한다는 점이 변수다. 의료 분야는 영어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다른 전문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소통이 원활하다는 건 다행이다. 충분한 사전 교육과 해당 나라의 국가적 의료시스템이 우리가 인정할 만한 수준으로 뒷받침된다면 활발한 교류가 가능하다고 본다. 아마도 가장 높은 문턱은 각 의료단체의 의견이 될 터이다. 각자의 이익을 가감하는 계산법에 따라 수용 여부가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현실적으로 멀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 도래한 것만은 분명하다. 전문직 외국인이 우리 사회에 걸림돌이 될지 디딤돌이 될지 숙고할 때다.

우리나라는 특히 노동 분야에서 노조의 법적 지위가 강하다. 그런데도 젊은 인력의 유입은 힘든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달리 말하면 모두가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최소한의 인권 대우나 최소 임금 수준 보장을 통해 사각지대는 없애야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노동 관련 법규를 외국인에게 똑같이 적용한다고 했을 때 모든 내국인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국내 노조들이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다.

앞으로 인구 구조가 바뀌면서 대대적인 사회 구조 개혁이 일어날 수 있다. 우리의 책무는 미래세대가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틀을 만드는 일이다. 올해 들어 코로나19가 실질적으로 끝났다. 내년부터 당장 외국인 노동자 쿼터가 늘어난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불어올 거센 변화의 바람에 과연 우리는 제대로 대비하고 있는 것일까.

<박병호 아이호성형외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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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정예 겁쟁이들
오늘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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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전범의 아들 노다 마사아키가 쓴 <전쟁과 죄책>에는 포로의 목을 베라는 상관의 명령을 거부한 병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일본 관동군 중대장으로 근무했던 도미나가 쇼조의 증언에 따르면 중국 후베이성에서 포로를 베는 ‘담력’ 교육 도중 한 초년 병사가 “불교도로서 할 수 없습니다”라며 명령을 거부했다. 불교도로서 ‘살생하지 말라’는 계율을 지키려 했던 이 병사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홀로코스트 연구자 크리스토퍼 R. 브라우닝이 쓴 <아주 평범한 사람들>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학살 임무를 거부하고 총기를 반납한 나치 대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독일 101예비경찰대대 빌헬름 프라프 대대장은 유대인 학살 임무에 투입되기 직전 병사들에게 “임무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앞으로 나오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10명 남짓 병사가 앞으로 나왔고, 그들은 소총을 반납하고 대기했다. 그 병사들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각 부대에서 학살 임무를 거부한 병사와 장교들이 속출했지만, 나치 독일의 가혹했던 군형법은 이들에게 명령불복종죄를 비롯한 어떠한 형사처벌이나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