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에 가격을 매기면 달라지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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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9월 14일) 서울의 공기는 맑고, 깨끗했습니다. 멀리서도 N서울타워가 선명하게 보이더군요. 전날 내린 비가 먼지를 씻어냈기 때문입니다. 파란 하늘을 보면서 계속 이런 모습을 보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봤습니다. 쉽진 않겠죠. 곧 도시의 도로는 자동차 매연으로 채워질 것입니다. 전국의 59개 화력발전소의 굴뚝에서 나오는 배기가스가 하늘을 뿌옇게 변색시킬 겁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화석연료를 벗어나야 하는 이유가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 피해 때문만은 아닙니다.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도 큽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2019년에만 700만명 이상이 대기오염으로 제명보다 일찍 죽었다고 하니까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면 대기 중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도, 미세먼지도 줄어듭니다. 경제학자들은 이산화탄소를 1t 줄일 때마다 미래에 얻을 수 있는 이익의 현재가치, 혹은 1t이 늘어날 때마다 받게 되는 피해의 현재가치를 탄소의 사회적 비용이라고 칭합니다. 국내에서 이 비용은 1t당 4만6000원으로 추정됩니다.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환경과 건강상의 피해를 경제적 가치로 포함시킨다면, 내연차도, 화력발전소도 타당성을 잃습니다. 무분별한 공항과 도로 공사도 경제성을 재평가받게 됩니다. 승용차 중심의 교통 정책을 자전거와 대중교통 중심으로 바꾸자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게 됩니다.

사회적 탄소비용은 미래세대가 얻을 이익이나 손해를 현재의 우리가 얼마나 중요하게 보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지금 우리의 편리함만 생각해 화석연료 사용을 계속한다면, 미래세대는 분명 기후변화로 인한 큰 고통을 겪게 됩니다. 물론 지금 세대의 안녕도 위험한 지경이지만요. 따라서 탄소 비용을 고려해 의사결정을 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탄소에 가격을 매기다니 생소한 느낌이 들겠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이를 반영해 의사결정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더 늦춰선 안 됩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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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