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장군의 좌표는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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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홍범도 장군의 좌표는 어디일까?

툭 튀어나온 광대뼈와 굳게 다문 입, 정갈한 콧수염, 다정하면서도 엄격해 보이는 눈매. 한 단어로 적어야 한다면 ‘옹골참’. 장군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 대통령실에 취재를 갔다가 점심을 먹을 때면 주로 국방부 청사 후문으로 나간다. 원래 이 길목에 홍범도(1868~1943) 장군의 흉상이 있었다고 한다. 대통령실이 들어오면서 위치가 바뀌었다. 이 얘기를 듣고, 썩 유쾌하지 않았다. 사진을 찍은 지난 8월 28일, 공기는 눅눅했고, 하늘은 종종 신경질적으로 비를 퍼부었다.

독립운동의 공적보다는 이념에 대한 의구심이 더 커진 분위기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무관하지 않다. 같은 날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한 윤 대통령이 주먹을 불끈 쥐며 연설했다. “국가에 정치적 지향점과 국가가 지향해야 할 가치는 또 어떠냐, 제일 중요한 것이 이념입니다. 철 지난 이념이 아니라 나라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는 그런 철학이 바로 이념입니다.” 연찬회장에 박수가 울려퍼졌다. “어느 방향으로 우리가 갈 것인지를 우리가 명확하게 방향 설정을 하고, 우리 현재 좌표가 어디인지를 분명히 인식해야 우리가 제대로 갈 수가 있습니다.” 또다시 박수, 우레와 같은.

홍범도 장군의 좌표는 어디일까? 지난해 대통령실 옆으로 밀려난 국방부 청사 앞으로 이전된 흉상 13기의 주인공은 다음과 같다. 윤봉길, 이봉창, 안중근, 박승환, 강우규, 이순신, 강감찬, 을지문덕, 김좌진, 신돌석, 이강년, 유인석 그리고 홍범도. 좌우에 강우규 의사, 박승환 대한제국 육군 참령과 어깨를 나란히 한 장군은 남쪽의 연병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진·글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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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역경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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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찬은 중국 후한 말 북방민족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화북의 군벌이다. 오늘날 베이징 근처 유주를 근거지로 세력을 키웠던 공손찬은 백마의종이라는 막강한 기병대를 중심으로 황건적과 만리장성 넘어 이민족들을 토벌하며 군세를 넓혀갔다. 탁월한 군사적 재능을 갖췄으나 성품이 포악했던 공손찬은 폭정을 일삼으며 민심을 크게 잃는다. 왕찬이 기록한 <한말영웅기(漢末英雄記)>에 의하면 공손찬은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는 이유로 부하를 죽이는가 하면 유능한 관료들을 쫓아내고 점쟁이를 측근에 등용하는 등 막장 행각을 벌였다. 하루는 백성들 사이에서 덕망 높았던 관리 유우를 저자에 세워놓고 ‘네가 천자가 될 인물이라면 비가 내릴 것이다’라고 말한 뒤 비가 내리지 않자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분개한 수만의 유주 백성들은 유우의 아들과 합세해 공손찬을 공격했고, 라이벌 원소와 이민족들까지 연합해 공격하니 공손찬은 고립무원에 처한다. 사방이 포위된 공손찬은 기주 역현에 거대한 요새를 짓고 농성에 들어가니 이 요새가 역경성이다. 자신의 남은 전력을 요새 건설에 쏟아부은 공손찬은 “300만석의 양곡을 다 먹고 나면 천하정세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향락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