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살 빼기 힘든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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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마비의 계절이 찾아왔다. 하지만 살은 365일 언제든 찔 수 있다.

천고마비의 계절이 찾아왔다. 하지만 살은 365일 언제든 찔 수 있다.

찜통더위가 끝나고 천고마비의 계절이 찾아왔다. 가을에 왜 살이 찌는지 나름 논리적인 글들이 있는 것 같다. 살은 365일 언제든 찔 수 있다. 비만치료를 하다 보면 너무 살을 빼고 싶어 노력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생각처럼 잘 안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비만치료의 세 가지 요소인 운동, 식단 그리고 식욕억제제에 대한 분석을 통해 그 이유를 찾아보고자 한다.

팔굽혀펴기 1000개 하려면 1개부터 시작해야 한다- 차인표

다이어트의 필수요건 중 하나인 운동은 나의 다이어트 우선순위 중 몇 번째일까? 운동이 우선순위가 아닌 다이어터 중 식이요법은 신경을 쓰는 반면 운동은 여건이 되지 않아 어렵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좋은 운동 효과를 고려할 때 아낌없이 시간을 투자해도 부족하지 않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40대 가장 이모씨, 2명의 어린아이를 돌보느라 하루가 순삭인 30대 박모씨, 관절염과 디스크로 조금만 운동을 해도 통증을 호소하는 60대 김모씨 등 다양한 이유로 운동할 여건이 안 되는 비만환자들을 상담하다 보면 ‘아 정말 운동하기가 어렵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 스스로 동요되기도 한다. 하지만 근사한 운동시설이 있는 곳에서 이어폰으로 즐겨듣는 음악과 함께 땀을 흘리며 매일 운동할 수 있는 사람은 당연히 많지 않다. 운동이 불가능한 경우는 어쩔 수 없으나 가능하다면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운동을 습관화해야 한다.

저녁시간 서울 중구의 한 헬스장에서 시민들이 런닝머신 위를 달리고 있다. 근사한 운동시설이 있는 곳에서 음악을 들으며 운동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운동을 습관화해야 한다./ 이준헌 기자

저녁시간 서울 중구의 한 헬스장에서 시민들이 런닝머신 위를 달리고 있다. 근사한 운동시설이 있는 곳에서 음악을 들으며 운동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운동을 습관화해야 한다./ 이준헌 기자

기록은 기억을 앞선다- 다이어트 일지

체중이 미동도 안 하는 경우가 있다. 운동도 열심히 하는데 정말 살이 1도 안 빠지는 사례가 있는데, ‘칼로리 섭취가 많은가 보다’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식사량을 물어보게 된다. 그러면 예상외로 “하루에 두 끼 이하로 먹고 식사량도 정말 적어요. 간식도 거의 안 먹어요”라고 답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럼 “네…” 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안타깝게도 저탄고지, 단백질 위주 식사, 간식 줄이기 등 준비한 대사를 할 수 없게 된다. 이럴 땐 본인이 기억 못 하는 음식 섭취가 있는지 의심해봐야 한다. 기록은 기억을 앞서기 때문에 ‘다이어트 일지’를 통해 숨겨진 500㎉를 찾아봐야 한다. 다이어트 일지는 자연스럽게 나의 식생활 습관을 반성하면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효과도 있다. 그런데 정말 다이어트 일지에도 문제가 없다면 수면, 스트레스 정도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수면 부족은 지방 분해하는 기능을 떨어뜨린다. 스트레스는 살이 찌게 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자극한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많이 먹지 않아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식사량을 기록하면서 숨겨진 500k㎈를 찾아봐야 한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많이 먹지 않아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식사량을 기록하면서 숨겨진 500k㎈를 찾아봐야 한다.

비만치료제는 오늘이 가장 싸다?

통상적인 비만치료는 여러 종류의 약을 동시에 처방한다. 식욕 억제, 대사 촉진제, 배변·배뇨 유도제 등 여러 약의 다양한 효과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심지어는 비만약의 부작용으로 복용을 중단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부작용에 대한 약들을 처방하기도 한다. 밥그릇에 밥 대신 끼니마다 먹는 비만약을 담아 먹어도 될 정도로 처방약의 개수가 많다. 약의 개수가 많으면 당연히 복용하는 입장에서는 순응도가 떨어질 수 있다. 하나의 약제만 이용해도 동일하거나 더 나은 체중 감량 효과를 얻을 수 있고, 가격마저 비슷하다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따라서 다이어트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기대를 모은 ‘마운자로’, ‘위고비’는 체중 감량이 잘 안 되는 비만환자들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그러나 한 달 약값이 200만원 정도여서 장기 처방을 고려할 때 일 년이면 그 비용이 차 한 대 가격이 될 수도 있다. 기존의 비만약제 중 리라글루티드(삭센다)의 경우만 해도 한 달 유지비용이 수십만원에 이른다.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따라서 위의 약제들은 가격 때문에 쉽게 복용하기 어렵다. 새로운 비만치료제 출시 흐름을 살펴보면 다음 약제는 더 비싸질 수도 있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보통 질병의 치료에는 약값, 수술비 등 의료비용이 발생한다. 비만은 식욕억제제 처방과 수술이 필요한 극히 일부 사례를 뺀다고 가정하면 비용 없이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다. 모임에 나가는 대신 동네를 열심히 뛰고 식단을 조절하면서 식비를 아끼면 오히려 가계의 수익이 증가할 수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비만 시장의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다. 포털, SNS, 홈쇼핑, PPL 등 광고할 수 있는 모든 곳에 다이어트 광고가 항상 노출된다. 끊임없이 소비를 자극하고 있다.

식욕을 통제하는 건 당연히 힘들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결론은 다이어트의 괴로움을 덜 수 있다는 광고 유혹에만 휩쓸리기보다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자신의 의지와 노력을 키워나가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용주 경기 행신동 세란가정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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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정예 겁쟁이들
오늘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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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전범의 아들 노다 마사아키가 쓴 <전쟁과 죄책>에는 포로의 목을 베라는 상관의 명령을 거부한 병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일본 관동군 중대장으로 근무했던 도미나가 쇼조의 증언에 따르면 중국 후베이성에서 포로를 베는 ‘담력’ 교육 도중 한 초년 병사가 “불교도로서 할 수 없습니다”라며 명령을 거부했다. 불교도로서 ‘살생하지 말라’는 계율을 지키려 했던 이 병사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홀로코스트 연구자 크리스토퍼 R. 브라우닝이 쓴 <아주 평범한 사람들>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학살 임무를 거부하고 총기를 반납한 나치 대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독일 101예비경찰대대 빌헬름 프라프 대대장은 유대인 학살 임무에 투입되기 직전 병사들에게 “임무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앞으로 나오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10명 남짓 병사가 앞으로 나왔고, 그들은 소총을 반납하고 대기했다. 그 병사들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각 부대에서 학살 임무를 거부한 병사와 장교들이 속출했지만, 나치 독일의 가혹했던 군형법은 이들에게 명령불복종죄를 비롯한 어떠한 형사처벌이나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