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경기도 안성 석남사 - 산사에서 맞이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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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겸의 풍경](53)경기도 안성 석남사 - 산사에서 맞이한 아침

새벽 공기는 제법 서늘해졌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는 게 느껴진다. 샛별이 보이는 시간부터 차를 몰아 찾아간 목적지는 경기도 안성 석남사다. 680년(신라 문무왕 20)에 창건했다고 전하는 천년고찰이다. 한때는 이곳에 수백명의 승려가 머물렀다고도 전한다. 지금은 절이 그리 크지도 않고 머무는 이도 많지 않은 고요한 산사로 남았다. 안성과 충북 진천의 경계에 선 해발 540m 높이의 서운산 자락, 그곳에 석남사가 앉았다.

석남사를 유명하게 만든 건 계곡이다. 좁다란 오솔길을 따라 곁으로 물길이 흐른다. 그 계곡의 시작점이 석남사의 자리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거대한 마애여래입상이 왼쪽에 숨어 있다. 산사답게 가파른 산의 비탈을 따라서 가람이 배치돼 있다. 산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기다란 계단. 그 끝에 대웅전이 있고, 열린 문 안쪽으로 부처님이 보인다. 대웅전 앞에 서니 어느새 날이 하얗게 밝았다. 아침 햇살이 산과 산 사이로 쏟아지는 아침. 따스한 그 빛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째깍째깍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에 떠밀려 나도 모르게 마음이 지쳐 있었던 걸까. 인적 드문 산사에 오른 아침.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위로를 건넨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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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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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