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겨버린 안전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렌즈로 본 세상]잠겨버린 안전

지난 7월 15일 오전 8시 40분쯤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 인근 미호강에서 유입된 물로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잠겨 14명이 숨졌다.

지하차도에서 불과 600m 떨어진 미호강교 인근의 둑이 유실되면서 하천의 물이 삽시간에 쏟아져 들어왔다. 거센 물길이 지하차도 입구를 덮쳤고, 지하차도 안에 있던 차들은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했다. 길이 430m, 높이 4.5m의 지하차도 터널은 불과 2~3분 만에 6만t의 물로 가득 찼다. 그날 오후 하늘에서 바라본 지하차도 입구와 인근에는 흙탕물이 가득했다.

금강홍수통제소는 사고가 발생한 당일 오전 4시 10분 홍수경보를 발령한 이후 충북도와 청주시 흥덕구 등에 “차량 통제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통보했지만,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친구와 여행을 떠나려던 청년, 신혼 2개월 차의 교사, 승객들을 먼저 탈출시킨 버스기사 등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7월 17일 마지막 실종자가 사고현장 1㎞가량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항상 웃는 사람이었고, 항상 남들에게 주기를 바랐고….” 희생자의 남편은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진·글 조태형 기자 phototom@kyunghyang.com>

렌즈로 본 세상바로가기

이미지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