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나 어려운 뉴스를 다루지 않고도 활기찬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멋진 커뮤니티 이를테면 스포츠, 음악, 패션, 뷰티, 엔터테인먼트 등은 충분히 많다.”
페이스북의 뉴스피드 알고리즘을 설계했고, 인스타그램과 신규 SNS ‘스레드’를 기획한 아담 모세리는 정치 뉴스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이 한 문장으로 대신했다. 닷새 만에 전 세계 사용자 1억명을 모은 화제의 소셜미디어는 정치 및 경성(硬性) 뉴스와 명확한 선을 긋고 출범했다. 페이스북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도 분명히 했다. 사용자들이 원하지도 않고 수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의 정치 뉴스 회피 경향은 수년 전부터 감지됐다. 저커버그는 2021년 페이스북 뉴스피드에서 정치 뉴스의 유통량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사회 전반에 걸쳐 모든 것들이 정치화하고 있고, 정치가 모든 것들에 스며드는 경향이 있다”라며 “우리 커뮤니티의 피드백은 이런 경험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신념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거쳐 스레드로 넘어오는 중이다. 정치적 양극화의 아수라장이 되고 있는 트위터와의 차별점이라고 여긴 것이다.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당시 퓨리서치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70%의 응답자들이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과 소셜미디어에서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준다”고 답했다. 관계를 연결하는 친목을 나누는 공간에서 분열과 반목의 씨앗이 될 수 있는 정치 뉴스를 더 이상은 접하고 싶지 않다는 메시지였다. 비단 메타의 정책만 그런 건 아니다. 틱톡은 수년 전부터 정치 콘텐츠를 금지하고 있고, 트위터는 정치 광고를 제한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에 정치 뉴스는 그야말로 기피의 대상이다. 노출의 방식과 비중에 따라 정부기관의 조사 대상이 되는가 하면 규제의 올가미까지 불러낸다. 수익은 되지 않는데 뒷말은 많다. 정치 뉴스를 알고리즘으로 노출할 하등의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한때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전 세계적인 정치 참여를 고양해 민주주의를 확산시킨다는 찬사를 듣곤 했지만, 과거는 그저 과거일 뿐이다. 지금은 정치 뉴스 최소화 원칙을 지켜내기 위한 알고리즘 개발에 여념이 없다.
한국이라고 예외일 순 없다. 지난 6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펴낸 ‘허위정보 우려 상승 및 유튜브 뉴스 이용 증가’ 보고서를 보면 뉴스 회피 경향을 지닌 국내 사용자들의 다수가 ‘국내 정치 뉴스’를 의도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정쟁과 싸움으로 얼룩진, 불편하고 부정적인 정치 뉴스 소비에 지쳐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를 국내 빅테크 기업들이 모를 리 없다. 각종 규제와 정치적 논란에 휩싸여 골머리를 앓고 있는 그들은 스레드의 정책을 명분삼아 정치 뉴스를 알고리즘 노출에서 배제하는 선택을 내릴 가능성이 작지 않다. 그것이 살길이고 규제를 피하는 경로이며 수익을 내는 길이어서다.
틱톡이 성공을 증명했고, 스레드가 뒤를 잇는 정치 회피형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소셜미디어의 수익과 생존경쟁은 아이로니컬하게도 그들을 성장시켰던 콘텐츠 영역을 완전하게 제거하는 극단적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