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바다에 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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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저 바다에 누워

나는 내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공포 영화처럼 음주운전을 하다가 누군가를 치어 죽인 것은 아니며,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것도 안 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나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제대로 된 바캉스를 즐겨본 이는 거의 없었으니….

지난 7월 1일 전국 해수욕장 대부분이 정식 개장했다. 이튿날 강원도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을 찾았다. 눈깔사탕 같은 비치파라솔들. 드론의 눈으로 본 해수욕장의 풍경이 마음을 들뜨게 했다. 선베드에 누워 시원한 맥주나 한잔할까? 코로나19 때문에 3년을 기다려왔는데, 나쁘지는 않겠다. 그래, 딱 한 잔을 마셨다. 물론 운전대는 잡지 않았다.

<사진·글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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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정예 겁쟁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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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전범의 아들 노다 마사아키가 쓴 <전쟁과 죄책>에는 포로의 목을 베라는 상관의 명령을 거부한 병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일본 관동군 중대장으로 근무했던 도미나가 쇼조의 증언에 따르면 중국 후베이성에서 포로를 베는 ‘담력’ 교육 도중 한 초년 병사가 “불교도로서 할 수 없습니다”라며 명령을 거부했다. 불교도로서 ‘살생하지 말라’는 계율을 지키려 했던 이 병사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홀로코스트 연구자 크리스토퍼 R. 브라우닝이 쓴 <아주 평범한 사람들>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학살 임무를 거부하고 총기를 반납한 나치 대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독일 101예비경찰대대 빌헬름 프라프 대대장은 유대인 학살 임무에 투입되기 직전 병사들에게 “임무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앞으로 나오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10명 남짓 병사가 앞으로 나왔고, 그들은 소총을 반납하고 대기했다. 그 병사들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각 부대에서 학살 임무를 거부한 병사와 장교들이 속출했지만, 나치 독일의 가혹했던 군형법은 이들에게 명령불복종죄를 비롯한 어떠한 형사처벌이나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