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해양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온 변화에 따라 수산자원의 산란지와 서식지가 바뀐다. 명태가 대표적이다. 0~10도 차가운 바다에 사는 명태는 어느 날부턴가 따듯해진 동해를 떠나 북한 원산만이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일본 북해도 등으로 북상했다. 정부는 기후변화를 명태 소멸의 주원인으로 보면서도, 과거 어린 명태(치어)를 남획한 것도 영향을 줬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어획을 전면 금지하고, 인공으로 치어를 대량 양식한 후 동해에 방류하는 내용의 대안을 내놓았다. 방류한 치어 중 상당수가 기후변화 영향으로 동해를 떠나더라도 일부는 남아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약속한 ‘우리 식탁에 동해 명태를 올리겠다’는 목표도 달성 가능하리라고 봤다. 10년째 진행 중인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는 이런 배경에서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치어 방류나 어획 금지가 대안이 될 순 없다고 입을 모은다. 명태 소멸의 가장 큰 원인이 기후변화라는 점에서 그렇다. 동해에서 주로 서식하는 명태 집단과 동해를 공유하는 러시아, 일본 해역에서 주로 사는 명태 집단과의 유전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기후변화 외에도 단정 지을 수 없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동해 명태가 자취를 감췄으리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데도 정부의 진단과 처방은 단순하고 성급했다. 명태라는 어종의 특성이나 동해의 생태환경 등에 대한 연구 분석이 먼저 이뤄졌어야 했다. 특히 이런 차이들이 기후변화 영향과 맞물려 어떤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분석해야 한다.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 관계자의 말이다. “일본과 미국 등에서는 특정 어종이 어떤 환경에서 산란과 서식을 하고, 어떤 특성에 따라 먹이사슬을 유지하고 있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데이터를 쌓아간다. 이후에 언제 얼마만큼 어획할지, 어느 구역을 산란장으로 보호할지 등을 결정한다. 우리는 이런 생태학적 고민과 연구가 부족하다. 자원이 고갈된 후에 원인을 분석하는 식이다 보니 효과적인 대책이 나오기 어렵다.” 제대로 원인을 진단하고 분석해야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올 수 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