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질병, 우울증의 탄생
<우울증은 어떻게 병이 되었나?> 기타나카 준코 지음·제소희 외 옮김·사월의책·2만5000원
![[신간]우울증은 어떻게 병이 되었나? 外](https://img.khan.co.kr/newsmaker/1533/1533_67a.jpg)
일본을 설명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우울’이다. 제2차 세계대전 패망 이후 찾아온 우울,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 후 장기 경기침체로 찾아온 우울 등이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자살률 수치로 나타난다.
이 책은 일본에서 흔치 않았던 ‘우울증’이 어떻게 다수가 앓는 ‘국민병’이 됐는지를 추적한다. 한국은 2017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2020년 기준 OECD 내 우울감 확산 지수 1위를 각각 기록 중이다. 많은 점에서 일본과 닮아 있는 한국사회에도 이 책은 우울증을 이해하는 유익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의료인류학자인 저자는 우울증의 역사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한다. 일본 사회 내 각종 사회병폐 현상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우울증’이 제시되면서 우울증의 개념이 확대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핵심역할을 한 사람들은 정신과 의사들이었다. 이들은 경기침체로 지친 사람들에게 그들의 피로감과 무기력을 우울증의 개념으로 제시했다. 우울증이 생물학적·개별적 영역에서 사회적 문제까지 포괄하게 된 것이다.
이는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일본인들은 경제 불확실성 시대에 겪을 수 있는 집단적 고통의 대표적인 질병으로 ‘우울증’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였다. 저자는 이를 “우울증이 고통의 관용어가 됐다”고 설명한다. 우울증은 이제 장애 등의 신체적 문제, 과로사, 자살, 젠더 문제 등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질병이 됐다. 국가 정책과 관련 제도까지 변화시킨다.
이 과정에서 우울증이 제약회사, 의사, 행정관료, 변호사, 판사 등의 다양한 주체에 의해 어떻게 의미가 변동되고 수정되는지를 설명한다. 이를 근거로 저자는 우울증을 “정치적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며, 역사적으로 변화한다”고 결론내린다.
▲신정역주 이충무공전서
이민웅 외 역주·태학사·세트 16만원
![[신간]우울증은 어떻게 병이 되었나? 外](https://img.khan.co.kr/newsmaker/1533/1533_67b.jpg)
1795년 정조의 명으로 편찬한 충무공 이순신의 공훈을 적은 책이다. 30여년 만에 새로 완역된 이번 전집은 지난 오류를 바로잡고, 그간 축적된 임진왜란 연구 성과 등을 반영해 보완했다.
▲우리를 배반한 근대
엄창호 지음·여문책·2만원
![[신간]우울증은 어떻게 병이 되었나? 外](https://img.khan.co.kr/newsmaker/1533/1533_67c.jpg)
자유주의를 시작으로 계몽주의, 자본주의, 부르주아, 소비주의, 민주주의, 법치까지 7장에 걸쳐 근대의 핵심 가치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낸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등장한 첨단 시대에도 세상은 여전히 근대 프레임에 갇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에이스
앤절라 첸 지음·박희원 옮김·현암사·1만8000원
![[신간]우울증은 어떻게 병이 되었나? 外](https://img.khan.co.kr/newsmaker/1533/1533_67d.jpg)
성적 지향 중 성적 끌림을 느끼지 않는 ‘무성애’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다양한 무성애자를 만나 이들의 시각에서 사랑과 감정을 재해석한다. ‘성적 욕망이 없는 것은 비정상’이라는 편견 아래 무성애자를 향해 가하는 억압도 조명한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