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고 다정한 서신에 위로받다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황선우, 김혼비 지음·문학동네·1만5000원
상대의 의도와 상관없이 마음이 터져버리는 순간이 있다. 늘 받던 질문 하나에 자신의 상태를 깨닫고, 덕담 한마디에 울컥해 속내를 털어놓게 되는 그런 순간 말이다. 퇴근이 좋아 출근을 하는 직장인 겸 작가 ‘혼비씨’는 자기도 모르게 ‘번-번-번 타들어 가다가’ 드디어 ‘아웃’돼 나가떨어지고 만다. 그의 고백을 들은 ‘선우씨’는 야근을 마치고 집에 오면 욕조에 누워 물을 맞으며 널브러져 있던, ‘사람이 아니라 젖은 미역’이던 경험을 들려준다. 처음에는 서신을 쓰기 위해 리코더와 목탁을 동원해야 했던 어색한 사이였지만, 번아웃에 대한 공감이 서로를 관통한다. 흡사 ‘누가 누가 더 웃기나’ 같은 유머에 웃음이 터졌다가 다정한 위로에 눈물이 터진다. 저자 이름만으로도 글발은 보장된 이 책의 제목은 ‘선우씨’가 진행한 북토크에서 다룬 책의 이름에서 따왔다. “지나친 열심과 부지런을 금지하고 한 템포 느리게 가자”는 뜻이란다.
▲숨겨진 뼈, 드러난 뼈
로이 밀스 지음·양병찬 옮김·해나무·2만원
충격! 연골과 피부 관련 성분으로만 생각했던 콜라겐이 뼈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원료였다. 뼈는 콜라겐 그물 위에 칼슘 결정이 쌓인 것과 유사한 상태라 그렇단다. 체중이 60㎏인 사람의 뼈는 얼마나 무거울까? 뼈 무게는 체질량의 약 15%이기 때문에 약 9㎏이란다. ‘여행용 캐리어에도 들어간다’는 이유로 엽기살인 생각은 말란다. 그런데 돌아가는 세상이, 하필 대한민국 독자는 ‘토막살인’ 생각을 아니 할 수가 없다. 뼈 건강과 해골의 신비를 정형외과 교수가 발골하듯 설명해주는 ‘뼈대 있는’ 교양서다.
▲UAP
미 국가정보국(DNI) 외 지음·유지훈 옮김 투나미스·1만7000원
미확인 대기현상인 UAP(Unidentified Aerial Phenomena). UFO를 대신해 쓰는 용어다. 2022년 봄 미 하원에서 처음 열린 UAP 청문회에선 어떤 내용이 나왔을까. CIA는 뭘 조사해왔을까. 청문회와 정부기관 보고서를 가감 없이 번역했다.
▲미르의 공장 일지
김경민 지음·숨쉬는책공장·1만5500원
일식집에서 ‘알바’를 하다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어 공장에 취업했다. 2년이 되기 하루 전까지 ‘쪼개기 계약’을 강요당했다. 담담한 일기 속에 비정규직, 계약직 문제, 원청과 하청, 산재 등의 부당함을 고스란히 담았다.
▲정확한 말, 세련된 말, 배려의 말
강성곤 지음·이크종 그림 노르웨이숲·1만6800원
문해력이 문제인 시대. 17년간 KBS 한국어능력시험 출제·검수위원으로 ‘청춘을 불태’운 37년차 아나운서가 바르고 근사하며 따뜻한 말을 알려준다. 한글 자모의 정확하고 명료한 음가 내기 등 남다른 도움말이 빛나는 책이다.
<임소정 기자 sowha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