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 새롭게 출발하는 변신로봇 대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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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들의 단점이 보완된 흥미로운 작품으로 완성됐다. 기존의 세계관에 더해 새롭게 시작되는 이야기와 첫선을 보이는 다수의 캐릭터로 복잡해질 수도 있는 전개를 무리 없이 풀어냈다. 굳이 전편들을 보지 않더라도 무리가 없다.

제목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Transformers: Rise of the Beasts)

제작연도 2023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27분

장르 액션, SF

감독 스티븐 케이플 주니어

출연 안토니 라모스, 도미니크 피시백, 피터 딘클리지, 양자경

개봉 2023년 6월 6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롯데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트랜스포머>의 시작은 장난감이다. 일본의 완구회사 타카라(현 타카라 토미)가 1980년 발매한 변신로봇 시리즈인 ‘다이아클론’과 ‘미크로맨’ 중 일부 계열을 미국의 완구회사 해즈브로가 가져와 현지화하면서 탄생했다. 1984년 상품을 출시하며 해즈브로는 이 평범한 로봇 장난감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해줄 ‘이야기’를 만들기 원했고, 전문가들을 고용했다. 곧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져 완구 홍보에 활용되면서 판매가 폭증했고, 그들의 전략은 유효했음이 확인됐다.

이에 대한 좀더 자세한 이야기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토이: 우리가 사랑한 장난감들> 시즌 2의 두 번째 에피소드 ‘트랜스포머’ 편을 참고하시길 권한다. 또 이때 만들어진 오리지널 만화영화 시리즈는 4개 시즌 전편을 유튜브 해즈브로 펄스(Hasbro Pulse) 채널을 통해 무료로 볼 수 있다.

<트랜스포머>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1996년 해즈브로는 새로운 시리즈를 기획한다. 이것이 바로 <비스트 워즈>다. 원전의 자동차로 변신하는 로봇들을 대신해 <비스트 워즈>에는 동물로 변신하는 로봇이 등장한다. 또 당시 아직은 개발 단계에 있던 컴퓨터 그래픽을 과감하게 도입하는 등 나름 혁신적인 시도를 감행한다. 원전과 달리 <비스트 워즈>는 국내에도 비디오와 TV방영을 통해 정식 소개돼 친숙하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끌며, 꺼져가던 불꽃을 되살린 시리즈로 기록되고 있다.

이번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은 기존의 영화 세계관 안에 드디어 <비스트 워즈> 멤버들을 처음으로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팬들에게 나름의 큰 의미가 부여되는 작품이다.

세계는 넓히고 단점은 보완하다

1994년, 뉴욕 고고학 박물관에서 일하는 엘레나(도미니크 피시백 분)는 최근 입수된 ‘의문의 유물’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애쓰던 중 실수로 봉인을 풀게 된다. 이는 파괴의 신 유니크로의 부하인 스커지(피터 딘클리지 분)와 ‘테러콘’ 일당을 지구로 불러들이게 된다. 그들의 침략에 대비해 오랫동안 지구에서 은신 중이던 동물형 변신로봇 군단 ‘맥시멀’도 모습을 드러낸다.

한편 친구의 꾐에 빠져 자동차를 훔치려던 제대군인 노아(안토니 라모스 분)는 트랜스포머 ‘오토봇’의 인원인 미라지(피트 데이비슨 분)와 조우하면서 졸지에 거대한 로봇전쟁에 휘말린다.

<트랜스포머> 실사영화의 첫 번째 작품이 나온 2007년 이후 5편의 속편과 스핀오프 <범블비>가 나왔다. 이번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은 공식적으로 7번째 영화지만, 제목 그대로 이전까지의 전작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새로운 시작의 의지가 강하게 읽힌다.

다행히 전작들의 단점을 보완한 흥미로운 작품으로 완성됐다.

관건은 기본의 충실함

일단 기존의 세계관에 더해 새롭게 시작되는 이야기와 이로 인해 첫선을 보이는 다수의 캐릭터로 복잡해질 수도 있는 전개를 무리 없이 풀어냈다. 굳이 전편들을 보지 않더라도 영화를 즐기는 데 무리가 없다.

전작들에서 늘 지적돼왔던 아군과 적군의 구분도 훨씬 뚜렷해졌다. CG에 의존해 만들어진 전투장면들이 역동적인 반면 피사체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고 혼란스러웠던 것과 비교하면 훨씬 정갈하게 디자인됐다.

영화 전반에 걸친 쇄신의 노력은 등장인물들에서도 발견된다. 전작으로 친숙해진 ‘오토봇’의 몇몇 로봇을 제외한 대다수 로봇, 인간 캐릭터들은 처음 등장하지만, 곧바로 몰입할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으로 그려졌다.

영화 요소요소에서 탄력을 높여주는 히든카드도 극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예를 들어서 초반에 등장하는 뜻밖의 죽음, 서로 상충되는 목적을 숨기고 합심하는 불안한 팀워크,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하는 변신 장면의 쾌감 등이 그렇다. 이미 충분히 경험했고 예상 가능한 것들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지 모범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이번 작품이 보여주는 교훈은 영화에 있어서 ‘이야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 번 입증한다는 점이다. 애초 평범한 로봇 장난감이 ‘이야기’를 통해 장난감 이상의 가치를 부여받고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여 큰 성공을 거머쥐었던 것처럼 말이다.

역사와 전통의 장난감 제국 ‘해즈브로’

hasb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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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대표하는 양대 장난감 브랜드는 ‘마텔(Mattel)’과 ‘해즈브로(Hasbro)’다. 마텔은 인형의 대명사라고도 할 수 있는 바비(Barbie), 미니카 ‘핫 휠(Hot Wheels)’, 영유아 및 미취학 아동을 겨냥한 완구 전문인 피셔프라이스(Fisher-Price) 등의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디즈니 픽사의 캐릭터나 WWE 프로레슬링 선수들의 피규어(인기 캐릭터나 장비들을 재현한 인형)를 내놓고 있기도 하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최고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회사는 마텔이지만, 인지도 면에서는 해즈브로에 밀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 원인 중 하나로 해즈브로만의 독특한 홍보 전략을 꼽을 수 있다. <지 아이 조>, <트랜스포머>, <파워 레인저>처럼 제품의 출시에 발맞춰 관련 영상매체를 동시 공개해 인지도를 높이는 방식이 그것이다. 좀더 엄밀히 말하면 상품과 관련한 ‘이야기’를 함께 제공해 소비자들에게 단순한 장난감 이상의 의미를 갖게 만드는 전략이다.

해즈브로의 모태는 1923년 유대계 폴란드 이민자인 하센펠트 3형제가 ‘하센펠트 브라더스’란 이름으로 세운 회사다. 초기엔 옷감 판매를 주력으로 했지만, 이후 문구업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1964년 ‘지 아이 조’ 인형을 만들어 성공하면서 1968년 사명도 ‘해즈브로 인더스트리즈’로 개명해 지금의 형태를 갖췄다.

해즈브로가 친숙한 이유에는 보드게임 분야에서의 막강한 인지도도 한몫한다. 주사위 게임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모노폴리’와 ‘인생게임’, ‘클루’를 비롯해 나무막대 게임 ‘젠가’, 심지어 공포영화 속에 악령을 부르는 도구로 심심찮게 등장하는 ‘위자 보드’도 해즈브로가 상표권을 가지고 있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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