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우편 마약밀수 “꼼짝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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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현 우정사업본부장(왼쪽)은 지난 5월 26일 서울세관에서 윤태식 관세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마약 등 불법물품 반입 차단과 국제우편 서비스 향상을 위한 업무협약’에 서명했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손승현 우정사업본부장(왼쪽)은 지난 5월 26일 서울세관에서 윤태식 관세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마약 등 불법물품 반입 차단과 국제우편 서비스 향상을 위한 업무협약’에 서명했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현재 대한민국의 마약 확산세는 경보음이 켜진 상태다. 더 이상 마약 청정국으로 분류하기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국내에 유통되는 마약 대부분은 외국에서 국내로 들어온 ‘제조 마약’이다. 외국에서 만들어 한국으로 들여오고 있다는 얘기다. 마약류 반입경로를 살펴보면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지난해 적발된 마약 10건 중 8~9건 이상이 우편과 특송을 통해 국내에 밀수됐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올해 초 관세청이 발표한 ‘2022년 마약류 밀수입 검거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마약의 주요 유통경로는 국제우편이 461건(361㎏·30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특송화물은 196건(261㎏·268억원)으로, 우편과 특송이 건수 기준으로는 전체 밀수 마약의 85%를, 중량 기준으로는 95%를 차지했다. 사람이 직접 숨겨 들여오는 ‘항공여행자’ 단속에서는 112건(36㎏·24억원)을 적발했다. 국내에 유통되는 마약의 절대다수가 우편 또는 특송을 통해 들어오고 있는 셈이다.

실제 지난해 7월 인천공항국제우편세관은 라오스발 국제우편을 이용해 음료 파우더 봉지에 숨긴 필로폰 3607.2g과 커피 및 시리얼 제품에 섞은 야바 2만2823정을 적발했다. 인천세관은 멕시코발 특송화물로 위장해 텀블러 속에 숨긴 필로폰 985.10g을 단속하기도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서울세관에서 ‘마약 등 불법물품 반입 차단과 국제우편 서비스 향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제우편을 통한 마약밀수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마약반입 차단과 국제우편 서비스 향상을 위해서는 양 기관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0년 국제우편 마약밀수 적발 건수는 292건이었으나 2022년 들어 461건으로 158%나 증가했다. 단속을 강화한 영향도 있지만 그만큼 우편을 통한 마약유통이 보편화됐다는 뜻이다.

양 기관은 이번 협약을 통해 인천 영종도 소재 국제우편물류센터 내 세관검사를 위한 별도의 독립된 전용 장소인 ‘국제우편 세관검사장’을 신축하기로 했다. 복합 X-ray기, 라만분광기 등 최첨단 검사장비도 신규 도입한다. 라만분광기는 레이저를 이용해 최대 1만2000종의 물질을 1분 이내에 분석·판별할 수 있는 장비다.

또 ‘우편물 사전정보’ 등 국제우편물에 대한 정보공유를 확대해 국제우편을 통한 마약반입 차단을 위한 단속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우편물 사전정보란 ‘만국우편협약’에 따라 세관신고 등을 위해 우편물을 보내는 국가가 받는 국가에 해당 우편물이 도착하기 전에 제공하는 우편물 정보를 말한다. 품명이나 중량, 물품가격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손승현 우정사업본부장은 “국제우편을 통한 마약류 반입 차단에 관세청과 함께 노력하겠다”면서 “관세청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국민이 불편함 없이 우편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태식 관세청장은 “업무협약 체결을 계기로 양 기관이 국제우편물 정보공유 확대, 최첨단 검사장비 및 시설 확충 등 협력을 강화해 국제우편을 통한 마약밀수를 원천 차단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류인하 경제부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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