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 그것은 토지수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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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하게 산업단지는 자본과 권력의 결탁에 의한 토지수탈입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지난 5월 16일 만난 김기형 진천테크노폴리스 산단 반대 대책위 위원장의 말입니다. 기업이 산업단지 사업부지의 50%의 땅을 확보하면, 나머지 땅도 주민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로 뺏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천테크노폴리스가 들어설 충북 진천 관지미 마을 주민들이 받은 보상금은 평당 17만원입니다. 산업단지에 이주자택지를 제공한다고 하는데, 그때 내야 할 돈은 평당 100만원 정도로 예상됩니다. 산업단지가 들어서지 않았다면 지금 사는 땅에서 평온하게 농사짓고 살 주민들이 같은 땅에 살려면 이제 6배나 뛴 땅값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9가구 관지미 마을 주민들은 마을의 명맥을 지키기 위해 모두 다시 들어오기로 했습니다. 마을의 이름만이라도 지키고 싶다는 마음에서입니다.

여기 산업단지를 개발하는 곳은 태영건설입니다. 산업단지 개발에 진심인 회사인데, 최근 몇 년 사이엔 산업폐기물 매립장 사업에도 열심입니다. 산업폐기물 처리 비용이 갈수록 올라가면서, 인허가만 받으면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 됐기 때문입니다. 굵직한 대기업들이 이 사업에 진출했는데, 폐기물 매립장을 좋아할 주민은 없고 지자체도 꺼리는 분위기라 요즘엔 꼼수를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산업단지엔 의무적으로 폐기물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법규를 악용하는 거죠. 예상되는 폐기물 발생량을 부풀려 폐기물 처리 시설을 인허가받으려고 합니다. 폐기물 매립장이 산업단지 개발의 주목적이 된 셈이죠.

이제 6월이면 관지미 마을은 그 본래 모습을 영영 잃게 됩니다. 아담한 정원과 연못이 있는 전원주택도 허물어지게 됩니다. 귀촌 후 1년 만에 쫓겨나게 된 마을 주민의 집입니다. 은퇴하면 귀촌·귀농의 삶을 살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던 터라 특히 예사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언제든 강제수용될 수 있는데 불안해서 어디 귀촌 결심을 할 수 있을까요. 산업단지가 지방과 농촌의 소멸을 앞당긴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습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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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