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연구 6개월 중단’ 이 주장 왜 나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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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미래생명연구소(FLI·Future of Life Institute)라는 단체가 모든 AI 연구를 최소 6개월 동안 즉시 중단하자는 공개서한을 발표해 화제가 됐다. 이 단체는 “강력한 AI 시스템은 그 효과가 긍정적이고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만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일시 중단은 공개적이고 검증 가능해야 하며 모든 주요 행위자를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만일 이러한 중단을 신속하게 시행할 수 없다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계정 인증 배지 / 로이터연합뉴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계정 인증 배지 / 로이터연합뉴스

발표 초기 공개서한에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을 포함해 1000명 이상이 서명했다고 알려졌는데, 지난 4월 27일 기준 2만7000명 이상이 서명한 상태다. 하지만 누구라도 e메일 주소만 있으면 웹사이트에서 익명으로 서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 서명자가 가짜로 밝혀지고 일부는 서명을 철회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미래생명연구소는 ‘생명의 미래를 지킨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변혁적 기술이 가져올 극한의 대규모 위험을 저지하는 것을 사명으로 밝힌 싱크탱크 형태의 단체로, 미국과 유럽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이 단체가 말하는 변혁적 기술의 대표적인 예가 인공지능, 생명공학, 원자력 기술이다.

미래생명연구소는 공개서한에서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가 엄격하게 감시하고 감독하는 고급 AI 설계 및 개발을 위해 안전한 공유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구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주장의 근거로 오픈AI, 구글, 대학 등의 기존 연구자료들을 다수 인용했다. 그러나 인용된 연구자료를 만든 연구자 여러 명이 자신의 연구가 미래생명연구소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사용된 것에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미래생명연구소의 주장이 실존하는 과학적 이슈라기보다는 종말론적 시나리오에 기반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의심스러운 대목은 미래생명연구소의 주요 기부자가 머스크 재단이라는 점이다. 머스크는 원래 오픈AI의 공동 설립자 중 한명이었으나, 2018년 또 다른 공동 설립자이자 현 CEO인 샘 알트먼과 갈등을 빚으면서 오픈AI와 결별했다. 당시 머스크는 오픈AI가 구글과의 기술 경쟁에서 심각하게 뒤처졌다면서 자신이 오픈AI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알트먼과 이사회가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 자신이 공동 설립했고, 인수하려던 오픈AI의 성공을 바라보며 머스크는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차세대 기술은 다 갖고자 하는 머스크답게 최근 AI 전문기업 X.AI를 설립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당시 “모든 앱(everything app) X의 구현을 가속하기 위해 트위터를 인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트위터의 사명을 X로 변경했다.

어쩌면 미래생명연구소의 주장이 머스크에게 최소 6개월 이상의 AI 개발 시한을 벌어주기 위한 행보는 아닌지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아직 X.AI의 사업 방향에 대해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다. 미래생명연구소 주장의 신뢰성도 시간이 흐르면 검증될 것이다. 당분간 많은 변화와 혼란이 AI 업계와 함께할 것 같다.

<류한석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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