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결국 인간을 대체할 것인가… 기술실업이라는 낡은 주장의 중요성에 관한 새로운 연구들이 등장하다’ 뉴욕타임스의 기사 제목이다. 또한 미국 대통령은 “우리 시대의 중요한 도전은 자동화가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에 완전고용을 유지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기술혁신이 일자리를 없애고 인간을 쓸모없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은 무엇을 물어봐도 척척 답을 해준다. 그림도 그리며 동영상도 만들 수 있다. 과거에는 로봇이 공장에서 생산직 블루칼라 노동자들을 실업자로 만들 것이라는 걱정이 컸지만, 이제는 사무실의 화이트칼라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 IBM의 최고경영자는 인공지능이 사무직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고 지적했고, 기업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한 소프트웨어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실시된 퓨리서치의 미국인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공지능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이 48%로 환영하는 사람들보다 많았다.
자동화가 가져올 실업 위험성과 그 반론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정말로 심각한 실업과 불평등을 가져다줄 것인가. 이미 많은 학자가 자동화 기술의 충격이 대량실업을 가져올 것인가에 관해 연구해 왔다. 2013년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프레이와 오스본 교수의 연구는 각 직업의 특성과 머신러닝과 같은 기술의 발전 정도를 분석한 후 미국에서 20년 내에 약 절반의 일자리가 높은 자동화의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후의 연구들은 반론을 제기한다. 한 일자리가 다양한 직무로 구성돼 있고, 자동화되기 어려운 직무들을 고려하면 자동화로 인한 실업의 위험성이 훨씬 낮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동화로 인한 실업은 순수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이윤 동기와 사회적인 제도 그리고 정책에 의해 영향받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얼마 전 미국에서는 비용이 막대하여 이윤을 낼 수 없어 완전자동화된 무인상점인 아마존 고(Amazon Go)의 매장이 문을 닫기도 했다. 노동자들의 임금이 매우 싸다면 드론이나 자율주행차가 택배기사를 금방 대체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명확하게 정의되는 루틴노동을 대체했던 과거의 기술과 달리 인공지능은 암묵적이고 복잡한 비정형 노동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 클 수는 있다. 실제로 인공지능의 도입과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도 연구들이 발전되고 있다. 온라인 일자리포스팅 자료를 사용한 한 연구는 2010년에 인공지능 사용에 적합한 일자리가 많았던 사업장에서 2018년까지 인공지능 관련 구직이 늘어났고, 비인공지능 관련 일자리는 줄어들었다고 보고한다. 전체 산업이나 직업 수준에서 인공지능의 효과가 아직 뚜렷하진 않다. 챗GPT의 등장 이후 인공지능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골드만삭스의 올해 3월 26일자 보고서도 미국에서 인공지능으로 자동화될 수 있는 일자리는 약 4분의 1이지만 직무의 절반 이상이 자동화될 수 있는 자동화 위험이 큰 일자리는 7%라고 분석한다. 이 연구는 대부분 일자리에서 인공지능이 노동자들을 대체하는 대신 보완하며 생산성을 크게 높일 것이라 전망했다.
인공지능이 일부 화이트칼라 직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해도 산업과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실제로 전기나 정보통신기술과 같은 범용기술이 사회와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보완적 투자와 생산방식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무엇보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동화로 인한 대량실업, 즉 ‘로보칼립스’에 관한 우려가 언제나 제기됐지만 현실이 되지는 않았다. 자동화와 생산성 상승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많은 숙련노동은 인공지능에 의해 보완되고, 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날 것이다. 인간은 여전히 창조성, 가설 수립, 감정지능 등의 분야에서 인공지능보다 우위에 서 있을 것이다. 사실 글머리에서 언급한 뉴욕타임스의 기사는 1940년 2월의 기사이고, 자동화 우려는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1962년에 한 말이다.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대량실업을 가져오지 않는다 해도 불평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은 크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새로 일자리를 찾더라도 전보다 임금이 낮을 가능성이 크고, 자동화가 노동자들의 몫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제모을루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 연구는 최근 불평등 심화의 주요한 원인으로 자동화를 지목한다. 그는 미국에서 로봇에 노출된 산업 비중이 큰 지역의 고용률과 임금상승률이 낮았다고 보고했다. 또한 다른 연구에 따르면 자동화 진전으로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한 산업에서 저학력 노동자와 같이 루틴 일자리에 많이 노출된 노동자 집단일수록 지난 40년 동안 임금상승률이 낮았다. 이 연구는 자동화로 인한 직무 대체의 효과가 임금불평등 변화의 약 절반을 설명한다고 보고한다.
기술발전이 부른 ‘일자리의 양극화’
한편 노동경제학자들은 기술발전이 1990년대 이후 일자리의 양극화를 가져왔다고 주장해 왔다. 자동화 기술이 큰 타격을 미친 일자리는 숙련도와 학력 수준이 중간 정도인 공장이나 사무실의 루틴 일자리들이었다. 반면 그 수준이 높은 직종이나 매우 낮은 육체노동은 자동화되기 어렵기 때문에 일자리 양극화가 나타났다고 본다. 이는 중산층의 몰락과 소득분배 양극화의 배경이 됐다. 또 다른 연구는 1987년 이후 특히 미국 제조업에서 자동화 기술의 일자리 대체효과가 새로운 일자리 창출 효과보다 커서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했다고 보고한다. 노동경제학 대가인 MIT의 오터 교수는 기술혁신이 노동자의 기능을 강화하는 분야나 헬스케어와 같이 수요가 증가하는 분야의 일자리를 늘릴 것이라 전망한다. 무엇보다 비슷한 기술혁신에도 불구하고 각국에서 다른 변화가 나타났듯이 불평등의 변화에서 노동자들의 협상력과 정부 정책 등의 요인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터 교수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을 단언키는 어렵지만, 노동의 몫이 하락하고 소득불평등이 심화될 가능성에는 유의해야 한다. 이를 고려하면 역시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대응하는 노력이다. 그는 미국의 경우 교육과 훈련을 위한 공공투자와 실업보험 확대와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자 보호, 그리고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 창출을 위한 연구개발과 혁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인공지능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인공지능을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오래전 마르크스가 기계 자체보다 기계의 자본주의적 사용이 문제라고 비판한 것처럼 우리는 어떻게 하면 실업이나 불평등 심화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인공지능의 사용 방향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