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인터뷰이(interviewee·인터뷰 대상자)와 헤어지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습니다.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상대방은 더욱 깊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합니다.
![[취재 후]우리가 서로 고마워했던 이유](https://img.khan.co.kr/newsmaker/1414/1414_8a.jpg)
“아닙니다. 제가 감사드려요.” 제가 또 한 번 인사합니다. 그러자 상대방도 다시 인사합니다. “기자님, 감사합니다” 그렇게 너덧 번은 서로 고개를 숙이고 헤어지는 광경이 혹시 그려지시나요.
지난 호 표지 이야기 ‘나의 자랑 유진·채림·지한’ 취재를 위해 만난 이태원 참사 유족 송진영씨, 최정주씨, 조미은씨에겐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기자에게 ‘고맙다’는 말을 정말 많이 하셨다는 점입니다.
왜 그러셨을까요. 저는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그만큼 고립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알고 싶다는 그들의 당연한 외침은 참사 초기부터 공격을 받았습니다. 6개월이 지나 독립적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는 특별법안을 알리려 하자, 이번에는 ‘다 끝나지 않았느냐’는 공격이 이어집니다.
용산구청장·용산경찰서장 등 ‘실무진’에 국한한 법적인 ‘책임묻기’만으로 진상을 밝혔다고 할 수 있을까요. 실무진이 ‘왜’ 핼러윈 축제 안전에 소홀했는지 중층적 원인을 밝혀야 윗선의 정치적 책임도 함께 물을 수 있습니다. 희생자 시신이 인도되기까지 10~12시간이 걸린 이유도 밝혀내야 합니다. 재난현장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살릴 수도 있었던 생명들을 방치했던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 유족들의 이 같은 입장을 다루는 보도는 현저히 줄고 있습니다. 유족들이 그간 느꼈을 고립감을 생각하니 저 또한 관련 취재에 소극적이지 않았나 싶어 죄송하기만 합니다. 이 마음 내려놓지 않고 계속 취재하겠습니다. 언젠가는 그날의 진실이 낱낱이 밝혀져 유족들에게 치유의 시간이 허락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