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동반자제도’를 처음 접한 건 지난해 2월 대통령선거 때였다. 거대 정당의 후보들보다 상대적으로 언론의 주목도가 낮은 군소후보들을 소개하는 기사를 썼다. 당시 오준호 기본소득당 후보의 공약 가운데 하나가 생활동반자제도였다. 혼인과 혈연으로 인한 가족관계가 아니어도 생활동반자 관계로 등록하면 각종 복지·세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딱 1년 만이다. 올 2월 동성커플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 서울고법의 판결이 나오면서 곳곳에서 생활동반자법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정의당과 기본소득당은 생활동반자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판결이 나오기 며칠 전에도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생활동반자제도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국회가 생활동반자법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이란 기대감이 일고 있다. 그간 국회에서 이 법안이 다뤄진 적은 한 번도 없다. 2014년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생활동반자법 발의를 준비했지만, 보수세력의 반발 등을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
이번 생활동반자법과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주제로 한 기사를 준비하면서 실제 사례자, 정부 기관의 통계 및 인식조사, 시민사회단체의 실태조사 등을 두루 접했다. 국가가 규정한 ‘가족’에서 벗어나 ‘가족 같은 관계’를 맺고 ‘가족처럼’ 살아가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그만큼 차별받는 이들도 많아졌다는 얘기다. 시민들의 인식도 가족의 범위가 확장돼야 한다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도 그렇지만, 나 또한 그간 사회변화의 흐름에 너무 무뎠다는 점을 깨닫고 자성했다.
여러 취재원이 나의 협소한 사고를 확장하는 데 많은 자극을 줬다. 취재를 통해 기사를 완성하는 게 기자의 업무지만, 이 과정에서 배움을 얻을 때도 많다. 이번 취재에서는 더욱 그랬다.
생활동반자법과 함께 동성혼 법제화와 차별금지법 제정도 필요하다. 이제 국회가 응답할 차례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