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는 팬데믹 속에서도 한국을 지탱한 일등공신이었습니다. 그런 반도체가 지금은 위기에 몰렸습니다. 메모리반도체는 경기에 큰 영향을 받는데 지금은 수요가 급감해 재고가 늘면서 반도체 가격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6%나 줄자 결국 감산에 나섰습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미국에 이어 2위라고 하지만 내실은 허약합니다. 수익성과 성장률이 떨어지고, 경기에 예민한 메모리반도체에만 집중했기 때문이죠. 시스템반도체는 그 규모가 메모리반도체의 3배에 이르고, 성장 속도도 빠릅니다. 이런 시장에서 한국은 3% 정도의 점유율로 존재감이 미미합니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팹리스(제조 공장 없이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와 함께 양대 기둥으로 불리는 파운드리 부문은 대만의 TSMC가 과반이 넘는 점유율을 자랑합니다. 삼성전자가 2위이긴 하지만, 그 격차는 30% 이상으로 꽤 큽니다. TSMC도 반도체 경기 하락으로 1분기 매출이 줄긴 했지만, 삼성전자에 비하면 선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수출의 5분의 1을 담당하는 반도체가 흔들리면, 나라 전체가 흔들립니다. 메모리에 편중된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시스템반도체라는 또 다른 날개를 달아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대기업 위주 육성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챗GPT로 다양한 인공지능 서비스가 봇물이 터진 듯 확대되는 상황이고, 자율주행도 점차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그에 맞는 특화된 칩이 필요합니다. 대기업보다 시장의 흐름에 맞춰 빠르게 필요한 칩을 설계해 공급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이 분야에선 강점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팹리스가 설계한 칩을 위탁생산해주는 파운드리 사업을 하고 있는데, 아직 중소 팹리스 기업에는 그 문턱이 높다고 합니다. 업계와 전문가 사이에서 정부와 파운드리 업체, 민간 수요 기업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만든 상생형 파운드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대만이 그랬듯, 정부와 대기업·중소기업이 상생하는 원팀을 꾸려야 진정한 반도체 강국이 될 수 있습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