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얘기는 구체적으로 묻지 말라. 어제 제가 한마디로 했으니까.”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대통령실 도청 의혹 관련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들을 도청한 정황이 담긴 기밀문건이 유출되며 시작된 이번 논란을 두고 김 차장은 “(미국과 한국) 양국의 견해가 일치한다. 공개된 정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며 “현재 이 문제는 많은 부분 제3자가 개입돼 있기 때문에 동맹국인 미국이 어떤 악의를 갖고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차장 발언을 통해 윤석열 정부는 해당 문제로 더 이상 미국에 항의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를 두고 정치권은 비판적 입장을 내놨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도청이 악의적인 것이 어디 있고, 선의적인 것이 어디 있느냐”며 “(김태효 1차장은) MB 정권 외교를 망쳤으면 윤석열 정권에 등용되지 않든지, 등용됐다면 외교를 잘해야지 부당한 도청 그따위 건방진 소리를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실 발표에 따르면 한·미 국방장관 통화에서 문건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의견 일치를 봤는데, 그럼 일부는 진짜란 것이냐”며 “불법 도청이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이라고 확정적으로 얘기하는데, 미국의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성급한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