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로 본 세상]오랜 눈물과 첫 사과](https://img.khan.co.kr/newsmaker/1523/1523_8.jpg)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지난 3월 31일 광주를 방문했다. 그는 5·18 민주화운동 유족과 피해자들을 만나 사과하고, 전두환씨 일가 중 처음으로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전씨는 광주 서구 5·18 기념문화센터에서 민주화운동 당시 가족을 잃은 오월 어머니들을 만난 자리에서 “제 할아버지 전두환씨가 5·18 학살의 주범”이라며 무릎을 꿇고 큰절을 했다. 오월 어머니들은 울먹이며 “용기를 내줘서 고맙다”고 전씨를 끌어안았다.
5·18민주묘지로 이동한 전씨는 5·18 최초 사망자인 김경철 열사의 묘역부터 참배를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외투를 벗어 희생자들의 묘비를 닦았다. 이를 본 유족들은 “그거 말고 이걸로 닦으시라”며 수건을 건네기도 했다.
5·18 당시 고등학생 시민군으로 활동하다 숨진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씨는 전씨를 직접 아들의 묘 앞으로 안내했다. 김씨는 “이 어린 학생이 무슨 죄가 있어서…”라며 짙은 한숨을 지었다. 이어 “재학아, 전두환 손자가 와서 사과한단다”라며 전씨의 참배를 눈물로 지켜봤다.
참배를 마친 전우원씨는 “저 같은 죄인에게 소중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라며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하고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전씨는 ‘민주의 문’ 앞에서 문 열사의 어머니를 다시 한 번 꼭 끌어안았다.
<사진·글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