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눈물과 첫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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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오랜 눈물과 첫 사과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지난 3월 31일 광주를 방문했다. 그는 5·18 민주화운동 유족과 피해자들을 만나 사과하고, 전두환씨 일가 중 처음으로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전씨는 광주 서구 5·18 기념문화센터에서 민주화운동 당시 가족을 잃은 오월 어머니들을 만난 자리에서 “제 할아버지 전두환씨가 5·18 학살의 주범”이라며 무릎을 꿇고 큰절을 했다. 오월 어머니들은 울먹이며 “용기를 내줘서 고맙다”고 전씨를 끌어안았다.

5·18민주묘지로 이동한 전씨는 5·18 최초 사망자인 김경철 열사의 묘역부터 참배를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외투를 벗어 희생자들의 묘비를 닦았다. 이를 본 유족들은 “그거 말고 이걸로 닦으시라”며 수건을 건네기도 했다.

5·18 당시 고등학생 시민군으로 활동하다 숨진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씨는 전씨를 직접 아들의 묘 앞으로 안내했다. 김씨는 “이 어린 학생이 무슨 죄가 있어서…”라며 짙은 한숨을 지었다. 이어 “재학아, 전두환 손자가 와서 사과한단다”라며 전씨의 참배를 눈물로 지켜봤다.

참배를 마친 전우원씨는 “저 같은 죄인에게 소중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라며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하고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전씨는 ‘민주의 문’ 앞에서 문 열사의 어머니를 다시 한 번 꼭 끌어안았다.

<사진·글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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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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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