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노인들은 걷고 또 걷습니다. 무슨 무임승차?”
지난달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 논란을 다룬 어느 기사에서 이런 댓글을 봤습니다. 그간의 무임승차 논란에서 소외된 ‘또 다른 노인 당사자’들을 이 댓글 덕분에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댓글이, 지난 호 표지 이야기 ‘버스에 목마른 시골 어르신들’(1521호) 취재의 계기가 됐습니다.
![[취재 후]농어촌 대중교통망 구멍이 말하는 것](https://img.khan.co.kr/newsmaker/1414/1414_8a.jpg)
예상은 했지만, 농어촌의 대중교통은 매우 헐거웠습니다. 걸어서 15분 이내에 다다를 수 있는 대중교통 수단이 없는 농어촌 마을이 전국에 2224곳(2020년 농림어업총조사)이나 된다고 합니다. 버스가 다니는 지역에서도 배차는 뜸합니다. 수도권의 인구 50만명 이상 도시와 ‘군 단위’ 지역의 정류장당 배차횟수는 무려 17배의 차이가 납니다(임서현·홍성진, 2019년 교통연구원).
실제 농촌 몇 곳을 찾아가 보니, 특히 ‘여성 노인’들의 피해가 매우 컸습니다. 젊은이들과 남성 노인들은 운전자가 많지만, 여성 노인들 대다수는 버스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기자가 만난 여성 노인들은 대개 ‘장보기’, ‘병원 가기’ 외에 별다른 외부활동을 하고 있지 않았는데요, 그마저 “하루 한두 번 다니는 버스”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심지어 강원도의 홀로 사는 여성 노인 5명 중 1명은 교통 불편 때문에 지난 1년간 병원 진료를 미뤘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지자체들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체수단을 일부 도입하긴 했습니다. 버스요금으로 이용하는 공공형택시, 고정 노선 없이 운영되는 수요응답형버스(일명 콜버스) 등입니다. 하지만 이런 수단들이 교통망의 빈 구멍을 모두 메우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도시보다 가파른 인구감소로 인해 농어촌의 대중교통은 앞으로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대로 두면 농촌 노인들의 삶은 ‘이동수단 제약’ 때문에 더욱 피폐해질 것입니다. 노인 무임승차 제도에 관한 논란이 다시 불붙는다면, 그때는 무임승차는커녕 버스 이용조차 힘겨운 농어촌 노인들의 이야기도 함께 논의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