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과점 깨기’보다 먼저 고려할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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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밤이나 한 대 쥐어박으면 될 일을….”

정부가 구상 중인 은행업 경쟁체제 도입을 두고 한 금융공기업 임원이 한 말이다. ‘이자장사’로 ‘돈잔치’를 벌이는 주요 대형은행들의 과점 폐해를 뜯어고치겠다는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무리하게 판 자체를 흔들면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안광호 기자

안광호 기자

금융위원회의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TF)에서 제시한 6가지 논의 주제는 사실상 은행업 전반을 다루고 있다. 핵심은 지금의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과점체제를 완전한 경쟁체제로 바꾸는 것이다. 시중은행과 소규모 특화은행을 추가로 늘리거나, 은행업 문턱을 낮춰 증권사나 카드사와 같은 비은행 금융사들에 은행의 일부 업무를 맡기는 방안이다.

다수의 전문가는 우려스러운 대목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단순히 국민적 공분만 앞세워 은행들의 과점 해체에 나설 게 아니라 당장은 금융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소비자 후생이 향상될 수 있도록 기존 시스템을 개선하고 감독 역량을 늘리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었다.

우선 완전경쟁체제는 개별 은행들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인터넷은행과 특화은행의 추가 인가, 비은행권의 은행업 진출을 논의하기에 앞서 진입을 희망하는 금융사들의 건전성과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는지, 소비자 보호 체계는 잘 작동할 것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인가가 나더라도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대형은행들과 경쟁이 쉽지 않아 공격적인 경영이 불가피하고, 이는 부실로 이어지는 단초가 될 수 있어서다.

실효성 있는 소비자 후생을 위한 방안으로는 투명한 금리산정과 보수 체계 개선, 예금 비교·추천 확대,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 등을 들 수 있다. TF 논의 주제에도 포함돼 있지만, 논의에 진전이 있다면 소비자 권리는 지금보다 한층 개선될 수 있다. ‘신규 플레이어’를 은행권에 진입시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당국의 ‘은행권 과점 해소’의 목적은 금융 건전성을 지키면서 금융 소비자 후생을 강화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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