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인도네시아 렘베해협 - 고래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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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의 바닷속 풍경](26)인도네시아 렘베해협 - 고래의 선택

약 5억년 전 최초의 척추동물인 어류가 바다에 나타났다. 이 어류 중 일부 종은 육상으로 옮겨와 양서류와 파충류로 진화했다. 이때부터 6500만년 전까지 지구 생명체의 지배종은 공룡으로 대표되는 파충류였다. 하지만 지구환경의 대규모 변화로 공룡이 멸종하고, 파충류 다음으로 출현한 포유류 몇몇 종이 바다로 돌아갔다. 땅에서 살다가 바다로 삶의 터전을 옮긴 종은 파충류 60종, 포유류 140종에 이른다. 이중 가장 먼저 바다로 돌아간 종은 포유류인 고래로 5600만~3500만년 전의 일이다.

고래는 바다로 돌아간 후 훌륭하게 적응해갔다. 바다 깊은 곳에 머물다 수면으로 빠르게 올라오기 위해 꼬리지느러미는 수평으로,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공기를 들이마시기 위해 코는 눈 윗부분에 있다. 그러나 고래가 바다에 완벽하게 적응한 것은 아니다. 아직 육상 포유류처럼 젖을 먹여 새끼를 키우고, 코로 숨을 쉬어 폐를 통해 산소를 걸러내며, 자궁 내에서 태아가 자라고, 배꼽을 가지고 있는 등 땅 위에서 살던 흔적을 남겨두고 있다. 좀더 시간이 지나고 나면 바다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한 고래가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고래 중 일부 종은 다시 육상으로 올라올 수도 있다. 모든 것은 환경 변화에 따른 고래의 선택과 적응에 달려 있다.

인도네시아 렘베해협을 지나는데 파일럿고래(pilot whale) 무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배를 따라오고 있다. 파일럿이란 이름은 유영하는 이들의 모습이 마치 항해하는 선박을 인도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박수현 수중사진가>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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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