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가뭄이면 난리났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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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지역 가뭄이 지금 굉장히 심각한 단계죠. 서울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으면 상대적으로 크게 부각됐을 텐데….” 가뭄 취재를 하며 인터뷰한 한 전문가의 말이다. 남부지역 가뭄이 일 년째 계속되고 있다. 특히 완도 등 호남의 섬 지역에서는 제한급수가 1년째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고통이 크다. 광주광역시도 가뭄 상태에 있다. 국가가뭄정보포털에서 이 지역의 현황을 보니, 최근 1년간 광주시의 누적 강수량은 791.6㎜로 평년대비 57.3% 수준이다. ‘심한 가뭄 상태’라면서 양치컵 사용, 샤워시간 줄이기, 절수형 변기사용, 허드렛물 재활용, 세탁물 모아서 하기 등 물 절약 행동 요령을 안내하고 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광주 시민들은 실제 이런 내용이 담긴 안전 안내문자를 매일 받는다. 완도처럼 ‘나흘 단수, 이틀 급수’하는 상황은 아니다. 수돗물에서 물은 계속 나오니 아직 크게 불편하진 않지만, 물을 아껴써야 한다는 생각이 늘 머릿속을 맴돈다. 광주에서 만난 시민 5명은 모두 변기 수조에 벽돌을 넣는다고 했다. 벽돌 부피만큼의 물이라도 아끼려는 건 이미 상식이 됐다. 계량기 밸브를 조정해 수압을 낮췄다는 사람도 4명이다. 세게 나오지 않으니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다.

누구나 물 절약을 생활화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지금은 호남지역이지만 올해 혹은 내년에는 어떤 지역도 될 수 있다. 기후변화가 가뭄을 더 키운다. 2000년 이후 가뭄의 발생 빈도는 2배 증가했다. 폭염 뒤에 바로 가뭄이 오고, 가뭄과 폭염, 산불이 동시에 발생하기도 한다. 한쪽에선 홍수로 사람이 죽는데, 한쪽에선 가물어 농사를 망친다.

물정보포털에서 확인한 광주 주암댐의 수문그래프를 보면 지난해 8월 28일 방류량이 초당 4.43㎥에서 30일 29.50㎥로 크게 증가했다. 2021년 섬진강 수해가 났을 때 주암댐의 대량 방류가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를 의식해 선제적으로 방류했을 가능성이 있다. 가뭄을 예상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많은 양을 방류한 게 아닌가 싶어 아쉬움이 든다. 비가 오지 않는다면, 있는 물이라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장기 기상예측 기술 확보와 함께 물 관리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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