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경상남도 남해군 - 너무 말랑해 고둥을 택한 집게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24)경상남도 남해군 - 너무 말랑해 고둥을 택한 집게

바다동물 중에는 포식자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자신의 딱딱한 신체 구조를 이용하는 종이 더러 있다. 바다거북은 견고한 등딱지 속에 몸을 숨기고, 바닷가재 같은 갑각류와 조개류는 단단한 껍데기가 있다. 어류 중에는 비늘이 변형된 딱딱한 외피를 덮어쓰고 있는 종도 발견된다. 이들과 달리 집게는 방어 수단을 외부에서 찾는다. 바로 딱딱한 고둥 껍데기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해수면 아래 얕은 바닥, 한 무리의 고둥 사이로 뒤뚱뒤뚱 움직이는 고둥이 보였다. 조심스레 집어 보니 빈껍데기 속에 집게가 들어 있다. 위협을 느낀 집게는 돌출된 두 눈과 몸을 고둥 껍데기 속으로 부리나케 집어넣는다. 그러고선 오른쪽 큰 집게발로 입구를 막는다. 그 동작의 민첩함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하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집게가 고둥 껍데기에 들어가 사는 것은 부드러운 살이 그대로 노출된 말랑말랑한 배와 꼬리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집게는 다른 갑각류처럼 외골격 전체가 석회화돼 있지 않다. 머리와 다리가 딱딱한 껍데기나 가시 같은 털에 싸여 있지만 배 부분은 얇은 막뿐이라 포식자들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다. 이 연약한 부분을 보호하기 위해 딱딱한 고둥 껍데기를 이용한다.

얕은 수심 바위틈에서 집게와 눈이 마주쳤다. 집게는 자신을 위협할지, 친근한 이웃인지, 단지 지나가는 객인지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다.

<박수현 수중사진가>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바로가기

이미지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