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썬 - 식지 않는, 그 여름의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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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이라고는 믿기 힘든 수작이다. 모든 요소가 흠잡을 데 없이 조합됐다. 감독이 어린 시절 추억을 토대로 쓴 진솔한 시나리오 자체가 흡입력이 있다. 다양한 요소를 조율하는 능숙한 기교로 깊고 넓은 정서를 빚어냈다.

제목 애프터썬(Aftersun)

제작연도 2022

제작국 영국, 미국

상영시간 101분

장르 드라마

감독 샬롯 웰스

출연 폴 메스칼, 프랭키 코리오, 셀리아 롤슨-홀

개봉 2023년 2월 1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그린나래미디어㈜

그린나래미디어㈜

이제 30대 초반에 들어선 소피(셀리아 롤슨-홀 분)의 일상은 무기력하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허에 지쳐가던 그는 오랫동안 먼지가 쌓인 캠코더를 꺼내 재생한다. 캠코더 안에는 20년 전 튀르키예로 여행을 떠났던 아버지 캘럼(폴 메스칼 분)과 딸 소피(프랭키 코리오 분)의 모습이 담겨 있다. 도착하자마자 리조트의 착오로 예약과 다른 협소한 객실을 배정받게 된 것부터가 이들의 여행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그렇다고 대단한 사건이 벌어진다거나 치명적 난관을 맞닥뜨리는 것도 아니다. 모두가 그렇듯 두 사람에게 펼쳐진 여행지에서의 나날이란 신나는 듯 권태롭고, 부산한 듯 나른하다.

하지만 이제 아버지의 나이가 돼 그 시절의 기록을 되돌려보는 딸의 눈에는 이전에는 알 수 없었던 숨겨진 진실의 편린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데뷔작이라고는 믿기 힘든 수작이다. 영화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딱히 흠잡을 데 없이 효율적으로 조합됐다. 감독은 직접 경험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썼다. 그만큼 진솔한 이야기 자체만으로 흡입력이 있다. 여기에 영화 매체가 구현할 수 있는 무한의 가능성을 모두 간파하고 있기라도 한 듯, 다양한 요소를 정교하게 조율하고 단련해내는 능숙한 기교가 깊고 넓은 정서를 빚어냈다.

젊은 신예 감독의 경이로운 데뷔작

관객의 시선을 모으는 데는 1990년대를 추억하는 음악의 역할도 크다. 로스 델 리오의 ‘마카레나(Macarena)’부터 퀸과 데이비드 보위가 함께 부른 ‘언더 프레셔(Under Pressure)’, 첨바왐바의 ‘터브섬핑(Tubthumping)’까지 친숙한 음악이 줄줄이 등장한다. 음악이 단순히 귀를 즐겁게 하거나 분위기를 고조하기 위해 형식적으로만 쓰인 것은 아니다. 치밀한 계산과 의도를 토대로 한 선곡과 활용은 위태로운 부녀와 이들을 둘러싼 낯선 시공간 속 적재적소에 배치돼 유기적으로 이야기 속에 스며든다.

영화 중반 등장하는 장기자랑 시간, 소피가 아버지와의 듀엣을 기대하며 신청했다가 혼자 부르게 되는 R.E.M.의 ‘루징 마이 릴리전(Losing My Religion)’은 특별히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이 노래를 기점으로 부녀의 사이는 이전으론 되돌아갈 수 없는 새로운 관계로 재설정된다. 이야기 전개 또한 본격적인 절정을 향해 치닫기 시작한다.

표면적으로 함께 휴가를 떠난 부녀의 동행으로 읽히던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가 섞여들면서 어렴풋한 내면의 층위를 드러낸다. 부지불식간 수시로 등장하는 강렬하고 어두운 클럽의 이미지는 아버지와 딸, 과거와 현재, 발광과 암흑, 환희와 절망, 쾌락과 퇴폐가 공존하는 몽환적 공간으로 두 사람 사이에 분유하는 진실을 규합하고 해석하는 결정적 통로가 된다. 한 겹 아래 숨은 ‘진짜’ 이야기를 찾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개성 강한 배급사 ‘A24’, 그리고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문라이트>의 감독 배리 젠킨스가 적극적으로 제작에 나섰다는 점은 답을 찾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한국에서는 한 박자 늦은 2023년 개봉작으로 기록되겠지만, <애프터썬>은 지난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처음 소개된 이후, 27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전 세계 유명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으며 다수의 언론매체에서 선정한 ‘2022년 최고의 영화’로 언급되고 있다.

전 세계 영화제와 언론이 극찬한 수작

영국영화협회에서 발행하는 권위 있는 영화 잡지 ‘사이트 앤 사운드’, 영국을 대표하는 유력일간지 중 하나인 ‘더 가디언’, 영화 비평과 영화 산업 관련 소식을 전하는 전문 사이트 ‘인디와이어’, 음반·게임·영화·TV 프로그램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대상으로 다수의 전문가 및 이용자의 평가를 종합적으로 평균 산출해 점수로 보여주는 ‘매타크리틱’ 등을 포함한 6개 매체에서 2022년을 대표하는 최고의 영화 1위로 <애프터썬>을 꼽았다.

이밖에도 ‘타임’, ‘할리우드 리포터’, ‘엠파이어’ 등 다수의 유명언론에서 베스트 무비 상위에 올려놓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에 본 영화 중 최고로 <애프터썬>을 언급하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일찌감치 ‘올해 최고의 영화’ 중 막강한 후보 한편은 확정된 듯하다.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이다.

2023년 기대작 줄줄이 대기 중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아바타: 물의 길>의 흥행으로 다소 숨통이 트인 극장가는 한동안 코로나19의 여파로 미뤄놨던 대작들의 개봉이 본격화되면서 화색이 도는 분위기다.

올해는 유독 속편들의 포진이 눈에 띈다. <샤잠 2>(3월), <아쿠아맨 2>(12월), <앤트맨 3>(2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5월), 박서준의 출연으로 주목받고 있는 <캡틴 마블 2>(7월), <듄 2>(12월) 등의 SF 대작들이 개봉 예정이다.

정통 액션 장르로는 <미션 임파서블 7>(7월), <분노의 질주 10>(5월) 등이 있다.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존 윅 4>(3월)에는 홍콩 액션 스타 전쯔단이 합세한다. 가족영화인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6월), <인디아나 존스 5>(6월·사진), <그렘린 3>(12월)는 제목만으로 추억이 돋는다.

애니메이션 신작들도 만만치 않다. 인기게임을 원작으로 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4월),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경지로 평가받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속편이 6월 공개된다. <인어공주>(1989)의 실사판도 5월 개봉을 예정하고 있다. ‘블랙 워싱’(백인으로 설정된 캐릭터를 흑인 배우가 연기하는 것) 논란으로 기획 단계부터 소란스러웠던 만큼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

공포영화 팬들도 기대할 만한 해다. <이블 데드 라이즈>(4월)와 <엑소시스트 2>(10월)는 그동안 나온 속편들을 무시하고 오리지널에서 새롭게 이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름이 보증수표인 M. 나이트 샤말란(<식스 센스>)의 <노크 앳 더 캐빈>(2월), 아리 에스터(<유전>·<미드 소마>)의 <보 이즈 어프레이드>(4월), 크리스토퍼 놀런(<인터스텔라>)의 <오펜하이머>(7월)도 기대작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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