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해양부 4대강 홍보사이트의 ‘이렇게 달라집니다’ 코너에 올라 있는 한강 목행지구의 사업 전과 후. 보통 심미안이 아니면 변화를 알아보기 힘들다. <국토해양부>
사업 전. 온통 갈색이다. 시든 잡초만 무성하다. 그리고 사업 후. 녹음이 우거졌다. 잡초 대신 깨끗한 잔디가 뒤덮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제시한 사업 전후 사진이다. 4대강 사업을 하면 이렇게 좋아진단다. 그런데 누리꾼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계절 변화만 있는 거 아니냐”고 한 누리꾼이 의문을 제기했다. 그리고 반문한다. “별 변화는 없는데 들어가는 돈은 천문학적인 건가요?”
여러 누리꾼이 숨은 그림 찾기에 나섰다. ‘울타리가 교체’되었으며, ‘길에 공구리(콘크리트)도 쳐 있고’, ‘목책도 새로 지었으며’, ‘나무도 뽑았다’. 한 누리꾼은 “아마 대운하에서 ‘4대강살리기사업’으로, 그리고 다시 ‘4대강단장사업’으로 이름을 바꾸는 것이 아니냐”고 덧붙였다.
누리꾼이 제시한 사진은 한강 목행지구와 용교지구의 사업 전후 비교 사진이다. 확인해본 결과 실제 국토해양부 홍보페이지에 올라간 사진이다.
사실 사진 속에는 누리꾼이 간과한 변화가 있다. 목행지구는 농경지가 생태공원으로 바뀌었다. 용교지구에는 잡초만 우거진 수변지역에 축구장처럼 보이는 시설물이 들어서 있다. 그래도 사진만으로는 왜 총 22조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지 아리송하다.
예산 22조 원이라는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이 발표되자, 누리꾼 사이에서는 ‘그 규모를 실감하도록 도와드린다’며 100억 원이 끝없이 나열한 텍스트 게시물이 화제였다. 2200개다. 전투기, 탱크 등 각종 군사무기 그림을 끝없이 나열한 게시물도 있었다. 22조 원의 용도를 바꾸면 국방력이 이만큼 증진된다는 뜻이다.
국토해양부 4대강기획단에 문의했다. 홍보팀에서는 말을 아꼈다. “저도 차이를 확실히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그림의 전후 맥락을 아시는 분이 답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공을 총괄기획팀으로 넘겼다.
총괄기획팀 관계자의 정리는 간단했다. “농경지 하던 거 정리하고, 제방 폭을 완만하게 하고 또 주민들이 가서 쉴 수 있도록 갈대 숲 그런 거 조성하고…. 보면 모르겠나.” 그런데 봐도 모르겠다는 사람이 무척 많다. 그냥 사계절 변화 아니냐는 사람도 있지 않았나. 총괄기획팀 관계자의 답.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은 안 좋은 것만 보이는 거고, 또 (4대강 사업을) 좋게 보는 사람은 좋은 것만 보는 것 아니겠냐.” 요컨대, ‘지지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리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대국민 홍보용으로 만든 자료가 아닌가. 하다못해 전/후 밑에 설명이라도 붙여놓았으면 논란이 적었을 텐데. 그는 “글쎄, 홍보기법이라는 것이 있는 게 아니겠느냐. 이건 실제 있는 것도 아니고 개념도니까. 그림으로 보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거고….” 그리고 툭.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피곤한 하루였던 모양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