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내가 띄운 드론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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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그날 내가 띄운 드론이 그만

한파가 이어지던 지난해 12월 26일, 얼어붙은 한강을 취재하기 위해 모처럼 드론을 챙겨 김포로 향했다. 고민 끝에 일산대교에 내렸다. ‘비행 승인 불필요! 조종사 준수 사항 준수!’ 문구를 확인한 뒤, 시린 하늘 위로 드론을 띄웠다. 혹한의 추위가 만든 거대한 유빙이 다리를 배경으로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저 멀리 하늘에 낮은 고도로 선회비행을 하는 헬기들이 보였다. 으레 있는 훈련이려니 생각했다. 드론의 고도를 올리려는 찰나 조종기에서 에러 메시지와 함께 요란한 알람이 울렸다. ‘강제 비상 착륙’을 해야 하는 상황. 조종간을 힘주어 당겼지만 야속한 드론은 하필이면 군 경계지역 철조망 안쪽 풀숲에 착륙했다.

인근 초소에서 경계근무 중인 군인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드론 회수를 요청했다. 한 군인과 함께 드론을 찾아 회수했다. 그때부터였다. 한 장교가 찾아왔다. 수차례 통화 끝에 인근 지구대에서 경찰관들이 도착했다. 김포경찰서 안보과 소속 수사관들도 왔다. 7명의 군경 인력이 모인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반복해서 상황을 설명했다. 의심(?)의 눈초리 속에서 2시간이 지났다. 그때 휴대전화 알람이 울렸다.

‘[속보] 北 무인기 영공 침범·경기도로 수대 넘어와’

그제야 군경의 반응이 이해가 됐다. 훈련 중이라 여겼던 헬기는 북한의 무인기를 쫓고 있었고, 초소에서 만난 군인들도 작전 중이었던 것이다.

직업병이 도졌다. ‘7년 만에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의 무인기를 카메라로 포착했더라면…’ 차창 밖으로 스치는 겨울 풍경을 보며 못내 아쉬운 마음이 일었다.

<사진·글 성동훈 기자 zenis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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