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팔라우 - 나폴레옹피시를 지켜줘](https://img.khan.co.kr/newsmaker/1509/1509_64.jpg)
‘신들의 정원’이라 불리는 남태평양 팔라우에 가면 사람을 반기는 나폴레옹피시가 있다. 일정한 장소에 머물다 스쿠버다이버가 나타나면 따라다닌다. 눈앞에 주먹이라도 쥐고 흔들어 보이면 주둥이로 주먹을 툭툭 친다. 아마 현지 가이드가 먹이로 길들인 듯하다. 가이드 입장에선 나폴레옹피시를 길들 일 만하다. 야생의 바다에서 흔하지 않은 풍경이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기 때문이다.
나폴레옹피시는 농어목 놀래깃과에 속하는 대형 어류로, ‘험프헤드 래스(Humphead wrasse)’ 또는 ‘나폴레옹 래스(Napoleon wrasse)’라고 부른다. 나폴레옹피시라고 이름 지은 건, 툭 튀어나온 이마가 마치 모자를 쓴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을 닮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략 150㎝까지 자라고, 최대 몸길이는 230㎝에 이른다. 주 서식지는 홍해와 인도양, 태평양의 산호초 해역이다.
암컷은 5년이면 성숙한다. 이때 몸길이가 35~50㎝ 된다. 9년이 되면 암컷에서 수컷으로 성전환이 일어난다. 성전환 후에는 매우 빠르게 성장한다. 성전환하지 않고 암컷으로 남아 있는 개체는 수컷보다 성장이 느리다. 보통 물고기 수명이 3~4년이고, 대형 어류는 10년쯤 사는 데 비해 이들의 수명은 25년쯤 된다. 나폴레옹피시는 얕은 바다에 사는 데다 경계심 또한 부족해 쉽게 잡힌다. 큼직한 덩치에다 맛까지 좋다 보니 태평양 도서 지방 원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의식의 제물로 사용해왔다. 최근에는 고급 레스토랑의 메뉴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개체 수가 급감하자 나폴레옹피시를 보호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수현 수중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