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과 하얀 장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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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국화꽃과 하얀 장갑

“우리 OO를 잊지 말아 주세요. 잊지 말아 주세요.”

어머니가 눈물을 떨구며 절규했다. 분향소를 찾은 유가족들은 서로의 어깨를 감싸며 위로했다. 해가 저물자, 토닥이는 손에 낀 하얀 장갑이 유독 눈에 띄었다.

지난 12월 14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시민분향소’를 설치했다. 분향소에는 참사 이후 처음으로 희생자들의 영정이 놓였다. 참사 발생 47일 만이다. 참사 희생자 158명 중 유족이 동의 의사를 밝힌 76개의 영정에는 희생자의 사진과 이름이, 나머지 액자에는 국화꽃 사진이 영정을 대신했다.

16명의 유가족은 이날 직접 분향소를 찾아 영정을 안치했다. 영정을 한참 어루만지고, 헌화를 위해 다시 줄을 서고, 제단에 놓인 사진 속 자녀의 얼굴을 바라보기를 반복하는 유가족들의 움직임은 더뎠지만 누구도 재촉하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희생자를 향한 추모·애도의 마음, 유가족을 향한 위로의 마음으로 많은 시민분께서 분향소를 찾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시민분향소 설치 전날인 12월 13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생존자이자 목격자인 한 고등학생이 트라우마로 숨졌다. 이 사회는 참사로 함께 있던 친구들을 잃은 것도 모자라 악성 댓글에 시달리느라 아파했던 그 또한 구하지 못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가 159명으로 늘었다.

<사진·글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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