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오보에 연주자는 코를 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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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면 상쾌하지 않고, 점심을 먹고 나면 늘 피곤하고, 알 수 없는 어지럼증·두통 등이 있다면 잘 때 코를 심하게 고는 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물론 함께 자는 사람이 알려줄 수도 있다. 코골이는 본인뿐 아니라 타인의 숙면도 방해한다. 상대방을 위해서도 치료가 필요하다. 코를 고는 이유는 수면 중 호흡을 하는 상기도 위치의 연조직이 이완되면서 상기도가 좁아지거나 막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노화로 인해 호흡기 주변 근육의 탄력이 떨어지거나 비만으로 기도 주변의 구조물이 늘어난다.

코골이는 본인뿐 아니라 타인의 숙면도 방해한다. 상대방을 위해서도 치료가 필요하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코골이는 본인뿐 아니라 타인의 숙면도 방해한다. 상대방을 위해서도 치료가 필요하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비만·노화와 관련 높은 코골이

한 통계에 따르면 인구 5명 중 1명이 습관적으로 코를 곤다. 이처럼 유병률이 높은 것은 비만인구와 고령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소아에게서도 코골이가 발생한다. 선천적으로 편도나 아데노이드(코 뒤쪽에 있는 비인두의 상벽과 후벽에 있는 삼각형 모양의 림프조직)가 비후한 경우일 수 있다. 수술을 통해 조기에 치료를 하는 것이 성장과 발달에 도움이 된다.

코골이는 치료하지 않으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면다원검사상 수면 중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상태가 1시간에 5번 이상 또는 7시간에 30회 이상 일어나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한다. 수면무호흡증은 숨을 쉬지 않기 때문에 심할 경우 저산소증으로 심근경색, 고혈압, 뇌졸중 발생 위험이 있다. 기도가 좁아져 기도 자극으로 만성 기관지염의 발생 위험성도 3배 가까이 커진다.

코골이는 과연 치료 가능할까? 답을 먼저 말하자면 가능하다. 다만 만약 치료가 완치를 의미한다면 그건 물음표다. 코골이는 비수술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 두 가지를 고려해볼 수 있다. 비수술적 치료는 생활습관 개선, 양압기나 코골이 개선 효과가 있는 제품 사용 등이다.

먼저 금주, 체중 감량, 수면 자세 교정과 같은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코골이 증상 호전에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연구에 의하면 10㎏의 체중을 감량하면 수면무호흡증이 50% 이상 호전되기도 한다니 생활습관 개선은 일단 필수라고 봐야 한다.

운동도 코골이의 개선에 도움이 된다. 유산소운동을 통해 체중 감량을 유도할 수 있다. 호흡기 주변의 구강과 혀를 강화하는 운동도 도움이 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오케스트라 연주자 중 오보에 연주자들에게 코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기도 주변의 근육이 상대적으로 발달한 덕분인 것으로 추측된다.

수면무호흡증 치료에 사용하는 양압기의 모습. 특히 혀가 뒤로 밀리면서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하는 경우 효과적이다. / 정용인 기자

수면무호흡증 치료에 사용하는 양압기의 모습. 특히 혀가 뒤로 밀리면서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하는 경우 효과적이다. / 정용인 기자

생활습관 개선과 양압기 활용

코골이의 수준을 뛰어넘어 수면무호흡증이 심하면 양압기 사용이 표준 치료법이다. 의료보험이 적용돼 의료비 부담이 많이 줄었다. 특히 혀가 뒤로 밀리면서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양압기의 사용이 효과적인 편이다. 근육 이완이 아닌 비중격 만곡증, 비후성 비염, 편도 비대 등으로 발생하는 폐쇄성수면무호흡증의 경우 양압기 치료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그 밖에도 코골이 증상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수많은 제품이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정식 임상시험을 거친 의료기기는 아니나 수면 시 기도가 좁아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호흡하도록 도와주는 효과가 있다고 홍보한다. 양압기는 소음과 착용이라는 불편한 점이 있다. 이에 반해 시중의 제품들은 사용이 간편하다는 점을 많이 부각하려는 듯하다. 효과는 개인의 특성과 제품에 따른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각자의 선택에 맡긴다.

비수술적 치료방법을 모두 시도했는데도 효과가 없다면 수술적 치료까지 고려해야 한다. 수술적 치료의 범위는 기도가 좁아지는 부위에 따라 코, 목, 턱/치아, 혀로 구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코의 비중격이 휘어 있거나 콧속 근육이 비대하다면 비갑개 일부를 절제하고 휘어진 코를 교정해주는 치료를 한다. 수술은 다소 비침습적인 레이저 수술의 경우 상대적으로 간단하긴 하나 재발률이 높은 편이다. 다소 침습적인 양악 전진 수술은 좁아진 기도를 넓혀주는 수술로 비교적 효과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수술 시기나 수술 방법의 결정은 개인마다 다르다. 수술적 치료의 효과 역시 100%를 장담할 수는 없기에 심사숙고해야 한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은 양압기의 사용뿐만 아니라 위처럼 다양한 치료방법을 적용해볼 수 있다.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면 전문의의 진료상담을 받아보기 바란다.

<이용주 경기 행신동 세란가정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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