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고통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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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잊으려 고통을 택하다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고통> 마쓰모토 도시히코 지음·김영현 옮김 다다서재·1만5000원

[신간]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고통 外

“사람은 배신하지만, 약은 배신하지 않아.” 마음에 뚫린 구멍을 타인과의 관계로 메우지 못하고 약으로 채우려는 이들이 있다. 일본의 정신과 전문의로 25년간 약물 의존증 임상, 소년 교정 등에 집중해온 저자는 약물 의존증에 빠지는 사람들이 마음에 상처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한다. 마약과 각성제 등이 주는 쾌락을 못 끊는 게 아니라 괴로움을 잊으려 약물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살기 위해 폭식하고 구토한다. 살기 위해 문신이나 자해를 한다. 살기 위해 ‘건강하지 않은 상태’를 만든다. 저자는 환자가 아닌 사람들이 게임에 미치거나 아주 매운 음식을 먹는 것도 비슷한 현상이라고 말한다. 임상 이야기부터 일상 이야기까지 흡인력이 있다. 폭력서클이 지배하던 중학교 시절 시너를 끊지 못한 친구와의 우정 이야기는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처럼 흥미진진하다.

▲북투어
앤디 왓슨 지음·김모 옮김·이숲·2만원

[신간]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고통 外

소설가 프렛웰이 신간 발매 사인회 일정을 시작했다. 새 작품은 <사라진 K>. 낯선 도시에 도착하자 누군가 마중을 나오더니 여행 가방을 들고 사라졌다. 경찰에 신고하러 갔더니 수사 때문에 바쁘다며 신문만 본다. 첫 사인회부터 독자는 한 명도 오지 않고, 비만 주룩주룩 온다. 자신을 ‘K’가 없는 레베카라고 소개했던 서점 직원이 실종되고 경찰이 프렛웰을 찾아온다. 2020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경쟁 부문 진출작으로, 영국식 블랙 유머가 가득하다. 결말이 궁금해 책장을 내려놓을 수가 없다.

▲인간이 만든 물질, 물질이 만든 인간
아이니사 라미레즈 지음·김명주 옮김 김영사·2만2000원

[신간]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고통 外

‘화학과 물리학 사이에 끼어 있는’ 재료과학 전공자가 인간의 삶을 바꾼 8가지 재료와 그 재료를 이용한 발명의 순간을 흥미롭게 소개한다. 쿼츠·강철·구리·은·탄소·자기·유리·실리콘 등 재료가 각각 이뤄낸 일을 동사로 풀어냈다.

▲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
마리아 레사 지음·김영선 옮김 북하우스·1만8500원

[신간]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고통 外

누적 형량은 100년이 넘고, 외출할 땐 방탄조끼를 입고, 자국 대통령이 가는 곳마다 출입이 금지된 사람. 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마리아 레사의 회고록이다. 필리핀 두테르테 정권의 가짜뉴스 전파 폭로 전후 과정이 생생하다.

▲뼈 때리는 부동산
이희재 지음·크레파스북·1만8000원

[신간]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고통 外

집값이 폭락할지 말이 많다. 네이버 블로거 뽀사장의 조언은 어떤 상황이건 ‘정석대로 하라’는 것이다. ‘족집게’가 아니라 부동산을 보는 관점을 길러주는 책이다. 지난 정부 정책에 대한 쓴소리와 현 정부에 대한 제언도 담았다.

<임소정 기자 sowh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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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