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코스피어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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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도 죽음도 ‘곰팡이 덕분이야’

<마이코스피어> 박현숙 지음·계단·1만8000원

[신간]마이코스피어 外

토양 1㎡에는 지구 둘레의 절반을 감을 수 있는 곰팡이가 존재한다. 식물의 잎·열매·뿌리에, 우리 몸에, 심지어 우주정거장의 파이프에도 존재한다. 맥주와 와인을 만들고, 빵을 부풀리는 효모도 곰팡이다. 곰팡이는 최근 의약품과 식품으로 만들어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곰팡이로 친환경 가죽도 만들고, 버섯으로 포장재와 가구, 집까지 만들고 있다. 책은 일상에 한 걸음 더 가깝게 다가온 곰팡이의 세상, ‘마이코스피어’를 다룬다. 재미 과학자인 저자는 곰팡이, 그중에서도 병원성 곰팡이가 병을 일으키는 과정을 연구하는데 아직 미지의 영역이 많다고 말한다. 그간 생물학에서도 소외된 분야이기 때문이다. 곰팡이의 역할은 그 어떤 생명 못지않게 중요하다. 생태계에서 곰팡이는 크게 3가지 역할을 한다. 먼저 죽은 유기물을 분해해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청소부 역할이다. 지구의 모든 성분이 곰팡이에 의해 순환되고 재활용된다. 두 번째는 동식물과 미생물의 ‘공생자’로서의 역할이다. 식물이 처음 땅에 올라오던 시절, 곰팡이는 연약한 식물의 뿌리에 공생하면서 식물의 뿌리 내림을 돕고, 토양에서 흡수한 영양분을 식물에 공급했다. 식물은 그 답례로 광합성으로 만든 탄소화합물을 곰팡이에게 제공한다. 숲을 탄소저장고로 만드는 데 곰팡이가 크게 기여한 셈이다. 곰팡이는 ‘기생자’ 역할도 한다. 분해자로서의 곰팡이와 달리 살아 있는 생물에 해를 입힌다. 식물이 걸리는 질병의 80% 이상이 곰팡이에서 비롯된다. 동물에도 종종 해를 입히는데 아메리카 대륙에서 개구리를 멸종시킬 뻔한 항아리곰팡이가 대표적이다. 저자는 “삶과 죽음을 중재하는 다리로, 또 세상의 물질을 순환시키는 거대한 순환고리로 열심히 살아가”는 곰팡이 덕에 지구 생태계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모든 생명은 공존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돌봄과 인권
김영옥, 류은숙 지음·코난북스·1만7000원

[신간]마이코스피어 外

돌봄을 인권의 시각에서 조망하고, 인권을 돌봄의 관점에서 이해하도록 돕는다. 저자들은 우리 사회 돌봄을 비판적으로 점검하면서 돌봄이 가장 중추적인 활동임을 입증한다. 사회 원리로서 받아들이고 정의로운 돌봄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고통에 응답하지 않는 정치
김동춘 지음·사계절·2만원

[신간]마이코스피어 外

세 번의 민주 정부도 한국을 불평등의 늪에서 꺼내지 못했다. 저자는 시장중심주의가 민주주의를 압도하고, 사회정책이 경제정책에 종속되면서 돌봄과 재생산을 개인에 떠넘겼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국가의 공공성과 사람들의 유대 회복을 위한 사회적 타협을 강조한다.

▲우리에게 보통의 용기가 있다면
탄소 연감 네트워크 지음·성원 옮김·책세상

[신간]마이코스피어 外

기후위기와 관련한 200여편의 글을 담았다. 시각 자료가 풍부해 기후변화에 관한 입문서로 읽을 만하다. ‘전 세계 마케터의 구루’라는 별명을 가진 세스 고딘이 주도하고, 과학자 등 3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집필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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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