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종사자로서 ‘뉴스를 보는 건 인생 낭비’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하지만 가장 활발하게 뉴스를 소비하는 사람인 데다 더 나은 ‘뉴스 경험’을 제공하는 게 사명이니 귀담아들으려고 노력한다.

<뉴스 다이어트> 저자 롤프 도벨리는 무분별하게 뉴스를 보는 습관을 ‘폭식’에 비유한다. /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뉴스 보기는 여러모로 섭식과 닮았다. 특히 문제적 측면들이 그렇다. 식문화와 건강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많은 학자가 현대인은 ‘음식 중독’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우려한다. 음식이 귀하던 시절, 인류는 대체로 모여서 함께 먹었고, 먹을 때와 먹지 않을 때를 구분할 줄 알았다. 24시간 손 닿는 데 먹거리가 넘쳐나는 지금은 그 경계가 사라졌다. 뉴스는 어떨까. 저녁 식사가 끝난 8~9시에 식구들이 모여 같은 프로그램을 보던 시절은 진작 접혔다. 스마트폰을 열면 눈길을 끄는 정보가 구미에 맞게 정렬돼 하루종일 쏟아진다.
피로감을 호소하면서도 사람들은 뉴스를 끊지 못한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불의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지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겠다는 사명감도 약간은 있을 것이다. 감시하고 분노해야 뭔가 바뀐다는 것을 수없이 체감해 더욱 그런지도 모른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면 뉴스 대신 영화, 책, 예술에 시간을 쓰자.” <뉴스 다이어트>를 쓴 독일 작가 롤프 도벨리는 우리가 ‘뉴스 폭식’ 상태에 놓여 있다며 이렇게 권한다. “우리 몸에 들어온 설탕처럼 뉴스는 마음과 정신에 악영향을 미친다. 매체가 던져주는 뉴스는 한 입 거리의 사소하고 얄팍한 이야기에 불과하다. 이 달콤한 한 입은 지식에 허기진 우리의 욕구를 결코 충족시키지 못한다. (…) 깊이 없는 뉴스를 중독자처럼 먹어 치운 부작용은 설탕, 술, 패스트푸드, 담배의 부작용과 유사하다. 먼저 신체적·정신적 기능이 저하한다.”
불편한 이야기지만 부인하기도 쉽지 않다. 신경과학자들은 우리 뇌가 멀티태스킹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클릭을 이어가며 새로운 정보를 훑느라 현실에서 멀어지는 만큼 몸과 마음은 혼란하고 공허해진다. 주의력과 기억력을 되찾으려면 이렇게 하라는 게 공통된 조언이다. ‘스마트폰을 내려 두세요,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세요.’
롤프 도벨리는 ‘뉴스를 당장 끊자’고 주장한다. 그게 어렵다면 ‘다이어트’라도 하라고 권한다. 실행 방안으로 종이 매체를 하나만 골라 읽기를 추천한다. “주간지를 하나 골랐다면 단번에 끝까지 읽도록 하자. (…) 가장 좋은 방법은 제한된 시간 내에 정독을 마치는 일이다.
공교롭게, 음식 중독에서 헤어나오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학자들도 비슷한 말을 한다. <잠시 먹기를 멈추면>을 쓴 의사 제이슨 펑은 다이어트의 핵심이 섭취 칼로리 조절이 아니라 음식을 먹는 시간과 간격에 있다고 본다. 쉴 새 없이 먹을 것을 공급하면 몸은 ‘저장 모드’에 놓여 칼로리 소모를 늦추고 계속 음식을 요구한다는 논리다. 그가 권하는 중요한 식이 지침 중 하나가 ‘식사는 한 시간 이내에 끝내라’다.
<최미랑 뉴콘텐츠팀 기자 ra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