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월드컵이 지난 11월 20일(현지시간) 개막했다. 사상 처음으로 ‘겨울’에 ‘중동’에서 열리는 대회다. 취재를 위해 개막 일주일 전 입국했다. 카타르는 월드컵 준비를 미처 다 끝내지 못한 상태였다. 월드컵 경기장 주변 도로 곳곳을 공사나 보안 등의 이유로 통제했다. 월드컵 개막을 나흘 앞둔 지난 11월 16일 도하에 마련된 ‘팬존’인 ‘피파 팬 페스티벌(FFF)’ 언론 공개 현장으로 향했다. 역시나 도로 주변은 통제가 심했다. FFF 앞 지하철역은 닫혀 있었다. 택시를 타고 행사장과 꽤 떨어진 곳에서 내려 FFF로 걸었다.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땡볕 속을 걷다 보니 순식간에 옷이 땀에 젖었다. 걷는 길에 만난 터널 속 그늘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이주노동자들이 뜨거운 햇볕을 피해 드러눕거나 벽에 기댄 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카타르는 이번 월드컵 준비를 위해 2000억달러(약 265조원)를 쏟아부었다. 카타르 정부는 신규 경기장 7개 등 월드컵 인프라 건설에 이주노동자들을 투입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카타르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이주노동자가 6500명에 달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화려한 개막식을 카메라에 담는 내내 터널 속 이주노동자들의 잔상이 아른거렸다.
<사진·글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