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 대신 민항기를 타고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일정 취재에 나선 MBC 기자들이 지난 11월 14일 인도네시아 발리 국제공항에 도착해 수화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9일에 MBC는 대통령실로부터 전용기 탑승 불가 통보를 받았습니다. 지난 9월 윤 대통령의 뉴욕 순방 중 비속어 발언을 왜곡해 보도했다는 이유였습니다. 이러한 대통령실의 조치에 항의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예정된 전용기에 탑승하지 않고 민항기를 이용해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및 G20 정상회의 등의 취재에 나섰습니다.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윤 대통령이 지난 13일 전용기를 타고 캄보디아 프놈펜을 떠난 날, 민항기 취재진은 비행편이 없어 하루 늦게 인도네시아 발리로 향했습니다. 그마저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경유하는 비행편이었습니다. 오후 7시가 다 돼 발리에 도착한 기자들은 윤 대통령의 이날 일정을 한건도 취재할 수 없었습니다. 탑승 배제가 취재제한으로 이어진 겁니다. 전날 윤 대통령은 발리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평소 친분이 있던 특정 매체 기자 둘을 따로 불러 면담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순방기간 동안 윤 대통령의 일정 중 다수가 전속 취재로만 이뤄지면서 동행한 기자들의 불만이 컸습니다.
일련의 논란은 대통령의 편협한 언론관을 드러냅니다. 초유의 ‘전용기 탑승 배제’가 언론 길들이기의 시작이라면 두려운 일입니다.
<사진·글 강윤중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