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임을 확정 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가장 먼저 만난 외국 정상은 베트남 권력 서열 1위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었다. 최근 미중 갈등으로 베트남이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로 부상하고 있고, 베트남과 미국이 가까워지자 관계 개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베트남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시진핑 주석이 직접 주재한 환영식이었다. 중국 최고지도부 전원이 참석한 환영식에서 외국인에게 주는 최고 예우의 훈장을 시진핑 주석이 직접 수여하며 쫑 서기장을 극진히 대접했다.
최근 베트남이 다낭에 미국 항공모함 입항을 허가하는 등 미국과 급격히 가까워지면서 중국은 이만저만 심기가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베트남 입장에서는 동해(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경선의 위협으로 베트남 어선이 침몰하고, 중국이 인공섬을 만들어 비행장을 건설하고 군함이 정박할 수 있는 항만시설까지 갖추는 등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상황이었다. 미국을 통해 중국을 견제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 통한 견제에 중국 ‘화해 제스처’
2021년 7월 미국의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 8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연달아 베트남을 방문했다. 중국을 견제할 순시선과 고속정을 무상 지원하고 “베트남이 중국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해역에서 미국 해안 경비 요원을 파견하고 남중국해에서 강력한 주둔을 유지할 것”이라며 남중국해 문제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또한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메콩강 중상류 일대인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에 차관 형태로 설치한 11개 댐으로 인해 어획량이 급감하고 메콩강 삼각지 일대가 염수화되면서 쌀생산량에도 큰 타격을 입고 있어 국지전 형태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었다.
중국 시 주석은 베트남 쫑 서기장의 방문을 계기로 베트남과의 최근 갈등을 풀겠다며 적극적인 화해 제스처를 보냈다.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은 메콩-란창 협력(MLC)의 틀 안에서 메콩강 문제를 협의하기로 했다. 또한 베트남의 동해 문제에 있어 양국은 분쟁 통제와 평화 및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높이 평가하기로 했다. 특히 시 주석이 양국 문제에 ‘외세의 개입’을 막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쫑 서기장은 “어떤 국가에도 베트남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군사동맹에도 가담하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렇게만 보면 쫑 서기장의 중국 방문을 통해 베트남과 중국의 관계가 매우 밀접해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베트남과 중국 양측 모두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베트남은 언제나처럼 특정 세력의 군사동맹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번 회담 이후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눈에 띄는 것은 “양국은 경제 무역 협력에서 전자상거래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 국경을 통한 전자상거래 개발에 관한 교류를 강화하며 물류업체 간 협력을 개선, 강화한다”라는 부분이다.
2018년 12월 중국은 베트남 국경 지역인 광시좡족자치구 난닝시를 아세안 이커머스 국경 무역의 허브로 삼고 라자다(Lazada)를 비롯한 100개 이상의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을 유치했다. 특히 알리바바가 지분을 100% 보유한 라자다와 함께 난닝시의 ‘자유무역시범지구’ 내에 국경무역 생태혁신 서비스센터를 설치하고 난닝시에 거주 중인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출신 유학생 200여명을 고용했다. 이를 기반으로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을 해서 아세안의 각국 언어로 물건을 판매 중이다. 난닝시는 2020년 ‘동남아 크로스보더 라이브 스트리밍 탤런트 대회’까지 열어 중국 상품의 아세안 지역 판로 개척에도 적극적이다.
중국, 아세안 지역 이커머스 확장 행보
중국은 베트남 하노이를 인도차이나반도 이커머스 물류의 허브로 삼고 육로 수송을 통해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까지 배송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물류 기업인 니폰 익스프레스(Nippon Express) 역시 2021년 2월부터 중국 쑤저우-난닝-베트남 하노이까지 연결되는 국제 철도 물류서비스를 시작했다. 시 주석이 언급한 이커머스 확대와 물류업체 간 협력 개선은 이 부분이다.
2022년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이 발효되면서 중국은 아세안 국가들을 향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미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산 제품들의 미국과 유럽 수출이 대폭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세안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새로운 이커머스 회랑을 만들겠다는 의욕의 일환이다. 이에 화답하듯 알리바바의 자회사이자 아세안 이커머스 플랫폼인 라자다는 지난 5월 3억7850만달러, 최근 9억1250만달러 등 모두 12억9100만달러를 추가로 투자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1조8000억원이다. 한때 아세안의 아마존으로까지 불리며 아세안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했던 라자다는 경쟁업체인 쇼피(Shopee)에 추격당해 아세안 전체 누적 적자가 1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에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알리바바의 물류 자회사인 차이냐오(Caininao Network)는 파키스탄을 기반으로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에 이르기까지 남아시아 지역의 최대 물류업체로 성장한 다라즈(Daraz)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남아시아로도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지난 11월 2일 쫑 서기장이 떠나자마자 만난 국가 정상이 파키스탄 샤리프 총리인 것과 연관 지어 보면 중국이 이커머스 시장 확대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중국이 공을 들이는 만큼 인도차이나반도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베트남은 등거리외교를 통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실리를 챙기면서 국가 발전의 속도를 올리는 중이다.
<호찌민 | 유영국 「왜 베트남 시장인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