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참사 이후 월요일부터 사흘간 이태원을 찾았다. 한남동에서 버스를 갈아탈 때부터 마음이 가라앉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의 감식 작업이 한창이었다. 현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감식이 끝난 뒤에도 출입 통제는 이어졌다. 애도의 공간이 된 이태원역 1번 출구로 발길을 돌렸다. 그곳에서 추모객을 만나 어떤 마음으로 왔는지, 사고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물었다.
상가 앞 연석에 앉아 얼굴을 파묻고 울고 있던 두 외국인 여성이 기억에 남는다. 무슨 사연인지 들어볼까 싶어 주변을 기웃거리다 결국 돌아섰다. 힘겹게 떠나보내는 중인 그들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때 사진기를 든 사람들이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둘 중 위로하는 쪽이었던 한 여성이 두 팔을 들어 항의했다. 그러자 한 남성은 자동차 뒤편에서 살짝 카메라만 내놓고 찍기도 했다. 마치 먹이를 노리는 까마귀 떼 같았다. 나 역시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씁쓸함이 들었다. 내내 애도와 취재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다.
둘째 날 만난 한 시민은 참사 당일 현장에 있었다고 했다. 심폐소생술을 하는 장면도 봤다고 했다. 같이 있던 남편이 도와주려고 갔지만, 막상 하려니 무서워 못했다고 한다. 그는 “안 오면 마음이 더 아플 것 같아 왔다”고 말했다. 추모객 모두의 마음이 그랬으리라. 경찰복만 봐도 마음이 아팠다. 우리는 그날 왜 그렇게 허망하게 사람들을 잃었던 걸까.
윗선은 아래를 탓하고 있다. 정작 문제는 윗선에 있었다. 안전을 최우선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뒤에선 다른 행동을 한다. 아예 대놓고 무시하기도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22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원전산업 협력업체 간담회에서 “원전업계가 전시상황이다.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 사고를 버려라”라고 일갈했다. 지난 10월 20일 SPC 사태를 두고선 “구조적 문제를 파악하라”라고 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개정해 기업의 책임을 줄이려고 한다. ‘기업의 자율안전’을 강조하는 정부·여당의 태도는 참사 상황에서도 비슷하게 드러난다. “왜 거기 갔냐”면서 “개인도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각자 알아서 안전하라고 국가가 요구한다. 국민은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