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경북 봉화 - 낙동강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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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겸의 풍경](36)경북 봉화 - 낙동강의 아침

이른 아침부터 길을 나섰다. 강원도 태백의 황지연에서 출발한 낙동강의 물줄기가 비로소 강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곳 경북 봉화. 청량산을 끼고 내달리는 물줄기는 봄가을 아침이면 물안개를 피워올린다. 당초 목적지는 ‘범바위’라 불리는 낙동강 인근의 명소. 굳이 그곳까지 갈 필요가 없었다. 언덕배기를 오르는 길 곁의 절벽 아래로 장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우뚝우뚝 솟아오른 산은 봉우리가 너울댔고, 골짜기 사이로 내달리던 강은 차가운 새벽 공기에 짙은 물안개를 뿜어냈다. 낙동강 줄기 그대로 하얀 구름이 함께 흘러가는 듯했다. 소백산 줄기를 따라 굽이치는 산맥은 너울대는 물안개를 품속으로 끌어안았다. 태양이 솟아오를 때쯤 물안개의 춤사위가 격해졌다. 서서히 형체가 옅어질수록 하얀 실타래는 펄럭이며 바람에 흩날렸다. 고요한 봉화의 아침을 낙동강의 물안개가 깨우고 있었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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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