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대에 담길 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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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이 포대에 담길 한 달

세계 식량의 날(10월 16일)을 앞둔 지난 10월 11일, 케냐 가리사현 북부에 있는 다답 난민단지에서 부르카를 두른 여성들이 해진 포대를 들고 식량배급소 앞에 줄을 서 있다. 기후위기와 분쟁 등을 이유로 난민단지에 정착한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돌아오는 식량배급을 기다리고 있었다.

배급소에서는 성인 하루 최소 열량의 80% 수준인 쌀과 콩, 식용유, 영양실조 방지 보조식 등을 배급 중이다. 지난 1·2분기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각각 60%, 50%만 지급하기도 했다. 난민들은 하루 두끼를 챙기기도 힘들다.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케냐, 에티오피아, 소말리아가 속한 동아프리카에 4년째 거의 비가 내리지 않고 있다. 40년 만에 겪는 최악의 가뭄에 뭇 생명이 신음하고 있다. 유엔은 올해 8월 기준 이 지역의 3700만명이 극심한 굶주림에 처해 있다고 발표했다.

이브라임 모하메드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사업 총책임자는 “현재 가뭄 상황이 소말리아에서만 26만명이 사망한 2011년의 대기근과 비슷한 지표를 보여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사진·글 성동훈 기자 zenis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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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