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OECD 1위’ 노인빈곤, 해결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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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인빈곤율은 소득 통계를 비교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에는 부동의 세계 1위다. 불과 6년 전인 2016년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6.5%였다. 나이가 65세 이상인 분들 가운데 2명 중 1명은 빈곤 상태란 의미다. 노인빈곤율을 측정하는 기반 통계가 2017년부터 가계동향조사에서 모수가 더 큰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바뀌었고, 그 영향 탓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그 이후 노인빈곤율은 점차 나아졌다. 2017년 42.3%에서 2020년 38.9%까지 떨어졌다. 문재인 정부의 기초연금 지급액 인상, 노인일자리 확대 등의 효과로 보인다. 그래도 OECD 1위다. 노인 10명 중 4명이 여전히 빈곤하다.

노년알바노조(준)가 지난 9월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기초연금 대신 노인수당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노년알바노조(준)가 지난 9월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기초연금 대신 노인수당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노인빈곤의 문제가 방치되고 있진 않다. 한국의 많은 구조적인 문제들이 정책적 개입 없이, 혹은 대안조차 모색되지 않은 채로 방치되지만, 노인빈곤은 다르다. 선거 때마다 노인빈곤을 다루는 정책이 주요 공약으로 등장하고, 실제로 이행도 된다.

개선 더디고 예산 폭증하는 노인빈곤 대책

노인빈곤은 정치적 역동이 있는 의제이자, 필자가 자주 쓰는 표현으론 ‘공론화의 계기’가 자주 마련된다. 그럼에도 두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정치적 역동의 크기에 비해 문제가 개선되는 수준이 미약하다. 기초연금은 2008년 1월 도입한 기초노령연금에서 비롯됐다. 2012년 대선에서 월 최대 20만원으로 증액, 2017년 대선에선 월 30만원으로 인상한다는 공약이 나왔다. 이 공약들은 대상과 범위 등에선 일부 미이행됐지만, 지급 수준에 대한 약속은 대체로 지켜졌다. 2022년 대선에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월 최대 40만원으로의 증액을 약속했다. 한국의 정책 역사를 통틀어 이 정도로 대상과 금액이 급속도로 확대된 사례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였지만, 노인빈곤율의 개선은 더디다. 실제로 빈곤한 사람들에겐 기초연금이 적고, 빈곤하지 않은 다수도 기초연금을 지급받기 때문이다.

두 번째 문제는 고령화의 속도로 볼 때 기초연금 소요 예산의 증가 수준을 우리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데다 이를 제어할 만한 정치적 계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노인 유권자층이 사회 전반을 장악해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하는 ‘제론토크라시(gerontocracy)’의 조짐마저 보인다. 핵심 원인은 급증하는 고령 유권자의 숫자다. 기초노령연금을 처음 도입한 2008년 65세 이상 인구수는 499만명이었다. 이땐 0~14세 인구가 848만명으로 고령인구보다 훨씬 많았다. 하지만 고령층이 2017년에 707만명으로 0~14세 인구 672만명을 넘어섰고, 베이비부머(1955~1963)가 본격 합류하기 시작한 2020년 815만명에서 한해에 40만명 이상씩 늘어 2022년엔 902만명이 됐다. 장래인구 추계를 보면 2030년엔 1306만명, 2040년엔 1725만명이 돼 전체인구의 34.4%를 차지할 전망이다. 현재의 수준으로도 기초연금 예산은 폭증할 예정이고, 대상과 지급 금액이 확대되면 더 크게 늘어난다. 그런데도 승자독식의 선거 구조에서 이 거대한 유권자층의 이해에 반하는 정책을 제시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렇게 꼬일 대로 꼬인 노인빈곤의 문제가 최근 다시 공론화의 계기를 맞고 있다. 필자가 최근 주목하는 흐름은 두가지다. 하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초연금을 월 40만원으로 증액하고,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핵심 의제로 내걸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기초연금 증액과 대상 확대를 7대 민생입법 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다. 윤석열 정부는 기존 지급 대상(노인의 70%)을 유지한 채 월 최대 40만원으로 증액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민주당이 기초연금 의제를 본격 제기하면 정부로서도 고령 유권자층의 표심을 고려해 나름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다른 하나의 흐름은 <좋은 불평등>의 저자인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이 제기하는 불평등론이다. 한국의 불평등이 중국의 경제 부흥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으로 통념과는 다른 불평등 원인론을 제기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그는 한국 불평등의 핵심이 노인빈곤이고, 대안으로 75세 이상에게 한시적으로 20만~40만원의 보충연금과 노인에게 최저임금을 감액 적용해 일할 기회를 늘리자고 제안한다. 이 두 흐름을 논평하면서 필자의 진단과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최병천의 잘못된 진단

우선 최병천 소장의 불평등론에서 여러 의미 있는 진단과 정책 방향이 있긴 하지만, 그가 단언하는 ‘노인빈곤이 불평등 문제의 핵심’이란 진단은 틀렸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한국의 빈곤=미취업자=65세 이상 노인=초등학교 이하 졸업자=1930~1940년대 출생한 여성=불평등의 하층”이라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좌파적이어서 실패한 것이 아니”고, “진짜 하층을 위한 정책이 아니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한국사회의 진짜 하층은 노동조합 조합원 중에 있지 않”고 “대한노인회 회원 중에 압도적으로 많이 몰려 있다”고 주장한다. 임금노동자 가운데 빈곤층이 적으니 무임금자인 노인을 지원하자는 게 그가 제안하는 불평등 해법이다.

일단 그의 진단부터 틀렸다. 노인빈곤의 문제는 분명 중요하지만, 얼마나 빈곤한지는 파악하기 어려운 뚜렷한 한계가 있다. 특히 한국의 불평등을 한 세대의 문제로 치환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시각이다. 책에서 제시한 중국이란 외생변수, 무임금자에 대한 고려 못지않게 고용형태의 변화, 영세 자영업과 소상공인의 비중, 부동산 가격 폭등에서 비롯된 자산 불평등을 종합적으로 조망해야 한국의 불평등을 진단할 수 있다. 대신 최 소장은 “신자유주의 반대, 비정규직 철폐” 등의 몇몇 구호가 불평등을 오인하게 했다며 이를 ‘적폐의 경제학’이라고 규정한다. 이는 마치 타인의 잘못을 입증했다고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격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이 집필한 <좋은 불평등>의 표지 / 메디치미디어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이 집필한 <좋은 불평등>의 표지 / 메디치미디어

노인빈곤율은 자산을 고려하지 않고 소득만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결정적인 한계가 있다. 국토교통부가 하는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고령 가구의 자가점유율(보유한 주택에서 거주하는 비율)은 2020년 기준 75.4%로 다른 가구 형태에 비해 유독 높다.

이런 한계로 자산을 반영한 노인빈곤 수준을 측정하려는 시도는 보건사회연구원(최현수 외·2016), 국민연금연구원(안서연 외·2018) 등 여러차례 있었다. 자산을 반영한 통계의 미비로 각각의 시도가 일정한 한계가 있긴 하지만, 자산을 소득으로 환산하면 노인빈곤율이 상당히 낮아지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기존의 소득 통계에서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특히 주택임대소득은 대거 미신고되고 있고, 부동산과 주식 양도소득 등은 대부분 비과세되면서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우리의 조세체계상 비과세되는 소득 항목들은 아예 집계되지 않는다. 그나마 2020년부터 비과세되던 2000만원 이하의 임대소득을 과세하기 시작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신고되지 않고 있다.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2020년에 신고된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자는 25만명에 과세 금액이 1001억원에 불과하고, 이는 전국의 800만 전월세 가구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주식 양도소득세도 종목당 10억원 이상을 보유하지 않는 대다수 투자자에겐 부과되지 않는다. 이들의 소득 역시 집계되지 않는다. 이처럼 소득 통계에 여러 한계가 있고, 이들 소득의 상당수는 자산이 적지 않은 고령층과 관련이 깊다.

중부담-중복지의 기획이 필요하다

노인빈곤율의 통계에 한계가 있다고 해서 노인빈곤의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역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노인자살률만 봐도 노인빈곤의 심각성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빈곤 노인은 기초연금 수급자의 일부이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극빈 노인은 오히려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노인빈곤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기초연금을 개편한다면 현재의 지급 대상을 줄이고, 형편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해야 바람직하다. 문제는 이런 개편이 가능하느냐다. 미리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고 사적이전소득을 얻는지, 신고조차 되지 않는 임대소득이 얼마나 되는지, 비과세되는 각종 양도소득이 얼마나 있는지,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이 얼마나 있는지 등을 면밀하게 파악하는 건 쉽지 않고,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 일이다. 이미 받던 사람들에게 기초연금 지급을 중단하는 건 더 어렵다. 최대 유권자층을 화나게 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선 자해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민주당이 제시한 대로 기초연금 증액과 대상 확대를 하되 몇가지 대안의 병행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임대소득 과세 정상화다. 모든 임대소득을 신고하도록 하고, 전세 임대 역시 보증금을 소득환산해 과세하는 방안이다. 현재 임대소득엔 필요경비와 기본공제가 과도해 2000만원 소득에 고작 14만원을 과세한다. 이런 공제를 대폭 줄여야 한다. 두 번째는 10억원 이상의 증여를 한 이들에겐 기초연금을 제한하는 것이다. 자산을 사적으로 증여하고, 소득을 공적으로 보전받는 행위는 이익을 사유화하고 비용을 사회화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자산을 증여하기보다는 노후 소득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주택연금을 신청한 이들에겐 세제 혜택이나 기초연금 수급권 등의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 세 번째 방안이다. 주택연금의 활성화는 부동산 매물의 지속적 공급에도 도움이 된다. 네 번째는 극빈 노인에게 부가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이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도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차상위계층에게 부가급여를 지급하면 빈곤 문제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다섯 번째는 정치가 고령층의 이해에만 편향되지 않도록 기초연금의 증액과 대상 확대를 아동수당, 청년 지원 등과 연계하는 것이다.

일각에선 세금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자충수이고, 정치적인 실패가 필연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세금을 건드리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없다. 세상의 온갖 문제가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특정 정치세력이 성공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에겐 중부담-중복지를 동시에 달성하는 기획이 필요하다. 기초연금의 개편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윤형중 정책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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