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로 본 세상]가을이 왔다](https://img.khan.co.kr/newsmaker/1495/1495_8.jpg)
“가을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가을길 햇빛을 따라/ 네가 웃으면서/ 내게로 올 것만 같아서// 여름이/ 어서 갔으면 좋겠다// 가을의 옷자락을 밟으며/ 내가 웃으면서/ 너를 만나러 갈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나태주의 시 ‘단순한 사랑’이 노래한 감성의 계절이 왔다.
아침 기운이 제법 서늘했던 지난 9월 14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를 찾았다. 투명한 햇살에 감이 익어가고, 가을걷이를 앞둔 논이 눈앞에 끝없이 펼쳐졌다. 한적한 시골길을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들판 한가운데 쭉 뻗은 길이 보였다.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자전거를 타고 달려올 것만 같았다.
길 중간쯤 홀로 선 밤나무 한그루가 시선을 붙잡았다. 가지마다 가시가 빼곡한 밤송이가 입을 벌린 채 달렸다. 벌어진 밤송이마다 실한 알밤이 고개를 내밀었다. 밤나무를 카메라에 담는 순간 어디선가 바람 한자락이 불어왔다. 여린 풀잎이 바람에 한들거렸다. 이 모든 장면에 ‘설렘’이 있었다. 가을이 어느새 곁에 다가와 있었다.
<사진·글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