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에 40년 넘게 살면서 이런 적은 처음입니다.”

포항|권도현 기자
태풍 힌남노가 동해상으로 빠져나간 지난 9월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한 아파트 단지에 온몸에 진흙이 묻은 시민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힌남노의 영향으로 시간당 최대 100.5㎜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포항은 이날 도심과 농어촌을 가릴 것 없이 온통 아수라장이었다. 폭우로 인해 범람한 냉천 주변 지역은 피해가 더 극심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남구 인덕동의 한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서 7명이 사망했고, 오천읍의 지하주차장에서도 1명이 사망했다.
물이 빠져나간 도시는 참담했다. 1층에 위치한 상점들의 문은 깨져 있었고, 아파트 단지와 중고차매매 단지에 주차된 차량들 위로 다른 차들이 포개져 있었다. 중고차매매업체에서 일하는 직원은 침수된 차량들을 허탈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순식간에 물이 들어차기 시작해 집까지 물이 들어와 정신없이 몸만 피했어요.” 냉천 옆 아파트 1층에 사는 한 주민의 집안에는 진흙이 가득했다. 그는 침수된 집과 차량을 살펴본 뒤, 생필품 몇 가지만 챙겨 인근 친척집으로 향했다. 통신선이 침수된 탓에 휴대폰 신호도 제대로 잡히지 않았고, 흙탕물로 뒤덮인 도로는 걷기조차 힘들었다.
경북도는 포항에서만 주택 침수 7959건, 상가 침수 3075건 등의 피해가 집계(9월 7일 오전 7시 기준)됐다고 밝혔다. 태풍 피해가 컸던 포항과 경주에서 일시 대피한 주민은 4505명(1965가구)이며, 이 중 3648명(1463가구)은 귀가했다. 나머지 857명은 복지회관 등에서 생활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