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로 본 세상]물폭탄에 멈춘 도시](https://img.khan.co.kr/newsmaker/1491/1491_8.jpg)
지난 8월 8일 밤, 서울 대치역 인근 도로가 집중호우로 불어난 물에 잠겼다. 허리춤까지 차오른 물 때문에 뒤엉킨 차들 사이에 운행을 멈춘 시내버스 한대가 서 있었다. 대부분의 차량 운전자들과 승객들이 긴급 대피했지만, 버스기사는 온몸이 젖은 채 회사와 연락을 취하며 도로에서 물이 빠지길 기다렸다. 기록적인 호우 앞에서는 그저 무기력하기만 했다.
이날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115년 만의 최악의 폭우가 내렸다. 서울 동작구의 하루 최대 강수량은 381.5㎜에 달했다. 지난 30년간 서울의 7월 합계 평균강수량(322.7~488.6㎜)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물폭탄’이 하루에 쏟아진 셈이다. 서울 도심의 배수시설은 무용지물이었다. 물바다가 된 강남 한복판에선 차량 5000여대가 침수피해를 입었다. 관악구 신림동의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가 물에 잠기며 발달장애인 가족 3명이 숨지는 비극적인 사고도 일어났다. 8일부터 이어진 호우로 서울·경기·강원지역에서 11명이 사망하고, 8명이 실종됐다. 이재민은 548세대 982명, 일시 대피자는 2042세대 4297명으로 집계됐다(8월 11일 오전 6시 기준).
<사진·글 성동훈 기자 zenism@kyunghyang.com>